소나무숲에 산불이 났을 때 숲과 가까운 집의 피해가 특히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나무 같은 침엽수는 봄에도 잎이 많을 뿐 아니라 정유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산불이 대형화하기 때문이다. 또 산불 발생시 주위에 불똥 차단시설이 없거나 숲과 가까운 곳의 구조물도 특히 피해가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은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강원대학교 이시영 교수팀이 지난해 산불 피해지 인근 시설물의 피해 정도를 공동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연구팀이 2011년 산불 피해지 인근 시설의 피해를 공동 조사한 결과, 숲이 참나무 등 활엽수림일 때는 피해율이 17%였던 데 반해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림에서는 이보다 2.6배 높은 45%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숲과의 거리 역시 피해 규모에 영향을 미쳤다. 산불 피해가옥 중 80% 이상이 산림과 10m 이내에 위치하고 있었다. 반면 산불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해 활엽수림으로 방화선을 조성하거나 담 같은 방화벽을 설치한 곳은 피해가 거의 없었다. 또 주차공간이나 넓은 뜰이 있을 때, 시멘트나 벽돌 등 비가연성 물질로 축조된 양옥은 피해 정도가 낮았다. 차량 선회 공간이 확보된 곳도 산불 진화차량의 조기 투입이 가능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산불전문가 이병두 박사는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 2005년 양양 낙산사 산불과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집이 산불로부터 안전한지를 진단하고 연료물질 제거, 주변 숲가꾸기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