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기쉬운 전통조경시설사전/김영모 지음/도서출판 동녘 펴냄/2012년 4월 10일 찍음/332쪽/값 2만4000원

얼마 전 TV 오락프로그램 ‘1박 2일’에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경복궁을 소개했다. 당시 방송에서는 웅장한 건축물 보다는 바닥 포장과 여기저기 놓여 있는 ‘천록’이나 ‘드므’, ‘박석포장’ 기술 등이 소개됐다.

 

하지만 ‘천록’은 뭐며 ‘드므’는 또 뭐란 말인가? 보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게는 낯설기만 한 단어들이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방송을 통해 ‘일부’ 건축문화에 대해 들을 수 있었지만 상당부분에 대해선 여전히 ‘문외한’일 뿐이다.

우리 전통건축의 외부 공간을 더욱 가치 있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전통조경시설에 대해 우리는 잘 모른다. 이것은 전통조경을 공부하는 학자들의 탓일 수도, 무관심한 우리 자신의 탓일 수도 있다.

우리 선조들이 바닥을 처리하는 방법, 여기저기 듬성듬성 놓여 있는 솥단지 같은 드므나 부간주, 때로는 해학적으로 표현돼 있는 석상들, 크기나 모양새가 다른 연못들, 화계, 다양한 모양의 굴뚝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전통은 수백년을 견디며 아직까지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최근 발간한 ‘알기쉬운 전통조결시설사전’은 이처럼 다양한 전통조경시설을 풍부한 그림과 사진, 상세한 설명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전통조경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고,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지나치게 되는 단순한 장식물 정도로 여기던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 줄 것이다.

평소 전통조경에 대한 자료 부족에 대한 한계를 절감했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현재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사료나 그림 자료에만 남아 있는 것들까지 전부 담아 300여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시설들은 다시 14개 영역으로 구분해 고유의 기능과 상징성을 쉽게 알 수 있도록 구성했다.

문, 하마비와 하마석, 장승이나 솟대처럼 집이나 마을의 출입구에 설치하던 진입시설부터 담장, 판장, 취병 등 가림시설, 바닥 처리 방법을 알려주는 포장시설, 물을 관리하는 배수시설과 물을 경관에 활용한 수경시설 등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전통공간에서 여러 보습으로 보이는 연못의 역할과 의미, 조성방식, 배치 형식 등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이 외에도 경복궁의 교태전 후원의 화계나 섶다리 등 조경 구조물, 굴뚝이나 받침돌 등 점경물, 당간과 당간지주로 대표되는 기간시설, 석수와 드므 등 벽사시설, 판위나 망례위 등 제례시설, 정료대와 같은 조명시설 등을 볼 수 있다.

부록에는 전통조경시설이 지닌 의미, 구성 원리를 상세히 설명했다.

전통건축과 옛 그림, 옛 장신구들은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돼 어느 정도는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전통조경시설은 이와 다르다. 전통조경시설에 무엇이 있는지 각 시설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이고 상징하는 바는 무엇이진지 알려지지 않았다. ‘알기쉬운 전통조경시설사전’이 우리 전통조경을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은이 소개

김영모 : 서울시립대학교 〈전통공간의 구성 원리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서울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국전통조경학회 부회장, 부여군 문화재위원, 서울시건설기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단독 저서로 ‘알기쉬운 전통조경시설사전’ 출간, 공저로 ‘동양조경문화사’, The Traditional landscape Architecture가 있다. ‘시 짓기와 원림 조영 방법에 관한 연구’, ‘신선사상에 영향 받은 조경문화의 전개양상’ 등의 논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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