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었다. 겨울에도 햇볕은 비췄을 텐데 3월에 맞는 햇볕은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지면서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봄의 따뜻한 온기가 사람의 마음을 순화시켜 주는 것 같다.

겨울과 봄의 차이는 온도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바람이 조금 세게 불고 덜 불고의 차이도 있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기온이 올라가는 것에서 봄의 기운을 느끼게 된다.

사람이 이렇게 따뜻해지는 기온에서 감정의 변화를 느끼듯이 나무도 기온의 상승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갖는다. 사실 그 어떤 환경요인보다 기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이 나무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무는 기온이 올라가면 잎을 피울 준비를 한다. 물론 산수유나 왕벚나무처럼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잎의 돋음이 나무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변화가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활엽수만이 아니라 침엽수에서도 나타난다. 소나무의 새순이 잎으로 변모하는 시기도 이 시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이는 것은 잎이나 꽃이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가장 먼저 생장을 시작하는 것은 뿌리이다.

상의 온도가 올라가면 지면의 온도도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 이듯이 기온이 올라가면 뿌리도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시작한다. 이래서 사람이나 나무나 따뜻함을 추구하며 해바라기를 원하는 것같다.

나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온인데 기온은 햇볕과 연관성이 많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같은 공간이라도 햇볕을 받는 방향과 그렇지 못한 방향에서 자라는 나무에는 생장의 차이를 보인다. 봄철 햇볕을 충분히 받아 기온이 높은 지역의 나무는 생장도 빠르고 건강한 반면 햇볕이 없는 지역의 나무는 생장이 늦고 수세쇠약한 나무가 주류를 이룬다. 이것은 넓은 지역에서 각각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바로 같은 지역(예를 들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 편의 나무 수세가 차이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내에서도 장해물의 유무에 따라 생장 차이를 나타낸다. 나무의 줄기가 굴광성을 하는 것도 그러고 보면 나무가 살기 위한 진화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기온의 차이를는 도로에 심겨져 있는 벚나무 가로수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봄이면 가장 관심을 받는 나무가 흰꽃이 장관을 이루는 벚나무이다. 그런데 벚나무의 개화시기가 이런 환경에 따라 개화의 차이를 나타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개화시기의 늦어짐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육 전반에 걸쳐 쇠약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나 나무같은 모든 생물은 기본적인 햇볕을 받고 살아야 한다. 햇볕은 받지 못하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우울해지고 신체적으로는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하니 나무에게도 당연히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나무에게 있어 광합성의 근본이 되는 햇볕을 많이 줄 수 있는 환경이 나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소한 원칙을 알고 관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햇볕을 받지 못하는 지역의 나무는 인공적인 조명을 보급해주거나 지속적인 무기양료엽면시비같은 영양공급을 해주는 것이 관리에 도움이 된다.

 

▲ 개화가 늦은 쪽의 나무 근경(개화가 3일정도 늦음)

 

 

 

▲ 왼쪽의 벚나무는 건물에 햇볕이 가려 개화가 늦다.

 

 

 

▲ 개화가 빠른 쪽의 나무 근경

 

 

▲ 햇볕의 영향으로 기온이 낮은 구역은 개화시기가 늦어짐은 물론 생육저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색깔있는 나무의사
김철응(월송나무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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