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희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장

“지구의 3대 과제인 기후변화, 도시의 사막화, 생물종 다양성을 모두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가 인공지반녹화 정책이 에너지 측면만을 바라봐서는 안된다”

지난달 (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은희 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는 생태·환경적 접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녹색건축물 관련 법들에서 인공지반녹화를 소외시키고 있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인공지반녹화에 대한 법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해결방안과 임기 동안의 계획에 대해서 이은희 회장에게 들어봤다.


인공지반녹화 분야의 과제는?
우리나라 옥상녹화는 섬세하게 잘하고 있지만 시설 위주와 예술적 측면에 치우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인 솔라에너지시스템과 같은 기술산업과 에너지 분야에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옥상녹화’라는 근본적인 의미마저 퇴색케하는 것 같다.
옥상녹화 선진국을 보면, 단순하면서 생태․환경적인 측면을 강조한 저관리형 옥상녹화를 선호하는 추세다. 우리 역시 빗물관리시스템 등과 연계한 생태․환경적인 기법 도입이 필요하다. 또 솔라에너지시스템을 적절히 결합한다면 옥상녹화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솔라에너지시스템을 설치하면서 하부에 음지식물을 식재하면 에너지 효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현재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요새 인공지반에 텃밭 도입이 유행인데?
옥상 전체를 텃밭으로 만드는 건 경관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조경과 결합된 일정 정도의 텃밭은 인공지반녹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옥상텃밭을 조성할 때 한쪽을 조경공간으로 다른 한쪽은 텃밭으로 분리해서 구성하는 것보다는 조경공간과 텃밭이 혼재된 방법이 경관측면에서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맨 뒤편에는 교목을, 중간에는 관목을 식재하고, 맨 앞쪽을 초본류 대신 텃밭으로 활용하는 패턴이다. 겨울에 나타날 수 있는 경관적인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임기 내 중점사업은 무엇인가?
전임 회장단에서 추진해오던 사업들을 기본으로 하면서, 좀 더 차별화 된 사업을 구상 중이다. 중점사업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자면 ▲국제적인 인공지반녹화 교류 ▲협회의 양적인 확대 등이 있다. 우선 작년에 인공지반녹화의 국제적인 교류를 위해서 인공지반녹화와 관련된 국제적인 단체인 WGIN(World Green Infrastructure Network, 세계도시녹화연맹)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WGIN 가입을 통해서 각국의 인공지반녹화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고, 앞으로는 우리나라 인공지반녹화의 상황도 알려나가면서 폭 넓은 교류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협회는 질적인 부분이 많이 향상된 상태이기 때문에 양적인 부분 또한 확대된다면 협회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협회를 전국적인 조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각 지역 지부장들과 접촉을 통해 지역 업체들의 가입을 독려할 계획이다. 그리고 인터넷을 활용해서 전국에 관련업종을 발굴해 우리 협회의 존재감을 알리고, 협회 게시판에 기술이나 각종 정보를 올려서 사람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 주요 사업계획은 무엇인가?
‘한일 옥상녹화기술 국제세미나’ 준비와 ‘아시아인공지반녹화대상’ 등을 추진하는데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한일 옥상녹화기술 국제세미나’는 2년에 한번 씩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번갈아가면서 열리는 세미나로 일본과의 인공지반녹화 국제교류를 한다는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세미나 일정은 6월 20일부터 23일까지로 결정된 상태이며 일본과의 협의를 통해서 확정지을 예정이다. ‘아시아인공지반녹화대상’은 임승빈 전임 회장이 계획했던 사업으로 현재 일본 재단법인 도시녹화기구․특수녹화공동연구회와 협의 중이며, 일본 측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인공지반녹화대상이 시행된다면 총재상 등을 추가해 상의 격을 높일 수 있고, 우리나라 인공지반녹화를 국제적으로 알려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향후에는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에 매년 진행해오던 인공지반녹화대상은 아시아인공지반녹화대상과 격년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새 집행부 구성은 마무리 됐나?
거의 마무리 됐다고 볼 수 있다. 올해는 부회장을 전년도보다 확대 선출하여 총 6명을 뽑았으며, 총무 2명과 감사 2명, 위원장 선출까지 마무리 됐다. 위원장급은 부회장과 연계해서 8명 정도로 결정된 상태다. 올해 정관을 개정하면서 내년부터는 수석부회장이 차기 회장을 승계하는 것으로 변경됐으나, 아직 수석부회장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최근 건축물 관련 정책에 대한 의견은?
최근 공포된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이나 새로 개정 고시한 ‘건축물 에너지 절약 설계기준’과 같은 법령들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의 3대 과제인 기후변화, 도시의 사막화, 생물종 다양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모두를 고려한 복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인데, 지금 정부의 방향은 기후변화와 에너지절약이라는 한 쪽 문제에만 치우쳐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인공지반녹화 확대가 얼마만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어떤 효과를 가져 오는지를 연구를 통해 증명해내고, 이러한 성과를 과학적인 데이터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공청회를 열어서 이를 적극 홍보하고 법을 개정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언론매체에서도 조경이 처해있는 이런 상황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건축물녹화기본계획’은 태동 전부터 위상 격하가 우려되는데?
인공지반녹화 시장의 확대와 활성화에 중요한 계기가 될 ‘건축물녹화기본계획’을 국토부에서 계획한 것 자체는 미래지향적이고 진일보한 발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이 당초 계획과는 달리 법령에 포함되지 않고 단순히 지침 수준으로 격하시키겠다는 것은 구속력 없는 단순한 권장형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국토부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