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도시화는 도시의 생활환경 악화는 물론 도시인들의 정서적인 여유를 빼앗아 갔다. 도시민의 정서와 복지 향상에 대한 필요에 따라서 정부에서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건축법 등에서도 조경 면적과 수목과 시설에 대한 규정이 있어서 도시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

근래에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과 요구도가 높아져서 주변에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도시농업의 개념이 요즘처럼 정립되기 전부터 이미 우리 생활에 자리하고 있었고 이를 활성화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책으로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올해 5월부터 시행하기로 되어 있다.

또한 서울시 동대문구에서는 건축허가시 텃밭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도시농업 활성화로 생태계와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는 생태도시를 만든다’는 좋은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한다.

그런데 기존 법률이 정한 조경면적 내에서 텃밭을 설치한 것으로 공간을 정해 놓으면 자칫 억지 춘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조경면적에 설치되는 시설은 관목과 교목 등이 정해진 비율에 맞추어 식재가 되고 그에 어울리는 휴게시설과 운동시설, 분수, 통행공간 등 조경시설물 구성이 되어야 하나의 조경공간으로서의 역할이 완성되는데 이중에 어느 부분을 없애고 텃밭을 조성한다면 새로운 하나를 위해 기존의 시설이 없어지는 비대칭적인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이나 영국의 애롯트먼트 가든(Aiiotment Garden)등에서 보면 대부분이 공유지에 설치된 시민농원이 도시농업의 형태이고, 일본의 경우는 도시농업이 이루어지는 부지는 세제상의 혜택을 주어서 장려를 하고, 뉴욕에는 옥상에 텃밭을 둔 빌딩만 600개 이상이 되는 등 세계 곳곳의 도시에서 텃밭·옥상 및 베란다 등의 공간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도시농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도시농업은 도심의 빌딩이나 주택의 옥상 또는 가로변의 유휴지를 이용한 유용식물재배 등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형태는 기존의 조경공간을 허물지 않고 도시농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조경공간이 변형되어서 텃밭공간이 조경면적을 대신한다면 이는 조경디자인의 개념에 혼란이 있을 수 있고 경관적인 측면에서도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우며 녹지 본연의 가치와 임무가 흔들린다.

광화문광장이 서울시의 도시농업시대를 알린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명분으로 벼농사를 짓는 것이 논의가 됐다. 광화문광장은 많은 디자이너들이 고심 끝에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역사성을 살리고 과거와 현실 그리고 미래를 연계하는 장소로 만든 조경설계 작품인데 그렇게 쉽게 바꾼다면 설계자의 당초 의도는 변질될 수 밖에 없다. 도시농업이 필요한 영역이기는 하지만 도시의 개념을 흔드면서까지 확대된다면 환영받을 일은 아니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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