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후동 온유조경 과장
지난 2011년 광릉에서 마지막 뚜벅이를 함께했다. 그땐 낙엽도 다지고, 추운 날씨라 여길 왜 왔냐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전나무숲길은 내 머리를 핑 돌게 만들었고, 백두산 호랑이는 내 몸속에 아드레날린을 과도하게 분비 시켰다. 말 그대로 이건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은 게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그러하기 때문에 좋은것이였다. 그래서 이번 뚜벅이는 ‘공학적이 어떻고, 생태적이 어떻고’ 이런 머리 아픈 것들을 따지지 말고 눈으로 피부로 마음으로 느끼려고 했다.

입춘이 며칠 지난 뒤여서 그런지 찬바람이란 놈은 자취를 감추고, 차가운 공기가 내 콧구멍을 간지럽힌다. 거대한 시멘트 콘크리트 덩어리가 남북 분단의 또 다른 잉여 결과물을 생산했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인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주위로 크고 작은 나무를 옹기종기 심어 놓고, 조형물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군남 홍수 저류지는 나에게 작은 친근감을 주었다. 특히 소원을 해미석에 적어 두었던 소원나무는 내 간절한 기대감까지 더해 주었다. (장가 좀 갑시다.)

군남 홍수 저류지의 자연형 어도는 내 귀를 솔깃하게 하였다. 난 꾸물꾸물거리는 물고기를 연상했지만 아쉽게도 영하의 온도라서 어도에 물을 방류하지 않았다. 콘크리트 덩어리를 기준으로 아래와 위로 나눠져 소통하기 힘든 물고기들이 꼭 남북의 현실과 비슷하다. 그래도 물고기는 얼었던 물이 녹으면 다시 위로 올라 갈 수 있지 않는가? 봄이 되어 꽁꽁 얼었던 강물도 서서히 녹으면, 한동안 못 느꼈던 윗동네 물맛도 느끼고 힘차게 움직일 물고기를 생각해 보라.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물고기의 아쉬움은 두루미로 인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와우! 감탄사와 함께 예쁜 두루미가 3~4마리씩 때를 지어 율무를 먹고 있었다. 하얀 외투를 입고 빨간 모자를 쓴게 패션감각은 완전 꽝이지만 롱다리에 잘록한 목선은 최고였다. 거기에 한두 마리도 아니고 수백 마리의 두루미때는 신기하고 아름다울 뿐이었다. 나에게 보기 힘든 기회를 준 두루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두루미 모이를 뿌려 주었다. 내가 준 모이가 특별히 맛있는 모이라는 소문이 두루미 무리 속에 퍼져서 내년에는 더 많은 두루미가 모이길 바란다.

역시 군대는 남자를 이상하게 지치고, 피곤하고, 배고프고, 춥게 만든다. 이럴 때 디자인파크개발 이형철 이사님의 쎈스!!! 풀밭에 앉아 미지근한 국물에, 이빨로 부셔야 먹을 수 있는 면발보다 맛은 못했지만 해장국 속에 담겨 있는 이형철 이사님의 인심은 넘치고도 남았다.

종합운동장역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림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쳤다. 이름도 잘 모르는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게 아쉽지만, 아쉬움이 있어야 그곳을 더 오래 기억하고 나중에 갈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자연이 스스로 그러할 수 있도록, 두루미가 우리손에 뿌려진 모이를 먹는 날이 아닌 생태계의 건전한 균형이 이뤄지는 그날을 기대하며 다음 뚜벅이를 기다린다.

이후동 온유조경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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