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인사 입구의 성철스님 부도(좌), 불국사 입구의 일본식 조경(우)

 

▲ 사찰조경과 관계없이 조성된 불국사 연못(좌), 근거없이 식재된 안압지 수련(우)

 

10월초 학생들과 영남권 정원답사를 가게 되어 해인사, 불국사, 안압지 등을 다녀왔다.

늘 같은 소감이지만 왜 사적지 조경을 이렇게 변질시켜 놓고도 고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분명히 감독청이 있고 전문가도 많은데 바로 잡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우선 해인사 입구에 10여년 전 조성된 성철스님의 부도탑은 그 규모나 위치가 가히 국제적이다. 성철스님은 근세 한국 선맥을 이은 큰 스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사찰에 가면 개산조의 부도는 대개 절 뒤편 명당자리에 입지해 있고 그 뒤의 스님들 부도는 부도전에 모아 관리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아주 소박하고 높이 1m 전후의 조그만 규모이다. 그런데 성철스님의 부도는 그 규모가 수 백㎡에 이르고 디자인도 기존의 부도와 비교해 너무나 파격적이다. 왜 그런 부도를 설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 한가지 실망스런 점은 영지(影池)의 변형이다. 이 영지는 사찰 입구에 설치되는 독특한 못으로써 사찰 뒷산이 투영되는 산영지, 불상이 투영되는 불영지, 탑이 투영되는 탑영지로 분류되며 그 형태는 난형[타원형]으로 크기는 100㎡ 전후의 거울 같은 수면을 갖는 못이다. 20여년 전에 본인이 실측조사 해 발표한 논문에는 중앙에 엉뚱한 분수가 놓여 지적했지만 이번에 보니 완전히 변질되어 버려 매우 실망스러웠다.
불국사도 실망스러움은 마찬가지다.

70년대 문화재관리국 발주로 불국사 관광지 개발사업이 유명 대학교 연구소 계획 아래 오늘날의 모습이 됐는데 사찰을 관광지로 인식한다거나 고도 경주와는 무관하게 계획이 수립된 것이다.

사찰 입구의 분위기도 일주문 바짝 주차장이 배치되어 고요해야 하는 사찰분위기를 망가트렸고, 일주문에 들어서면 보도 좌우녹지는 잔디밭에 전정한 상록수를 심어 놓아 소위 일본식 조경으로 사찰조경에 걸맞지 않으며, 진입 부분 두 개의 거대한 연못은 옛 불국사와는 거리가 먼 세속의 조경을 해 놓았으며, 막상 복원해야 하는 범영루 밑의 타원형 구품연지는 70년대 복원과정에서 예산부족 이유로 도중 덮어버렸던 것이다.

또한 경내에 히말라야시다, 일본목련, 양버들, 화백 등 외래수종을 심어 놓아 사찰조경을 망가트려 놓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불국사 전체 건축물의 단청이 퇴색되어 관리 소홀이 보이고 자하문 상부는 썩어가고 있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안압지도 통일신라시대에 조영된 우리의 자랑스러운 정원문화인데도 관리소홀로 연못 물이 퍼렇게 부영양화가 나타나고 근거 없는 수련이 연꽃 대신 식재되어 있는 것이다.

연못 바닥 방수를 위해 강회 다짐하고 곳곳에 나무상자 속에 연을 심어 놓았던 매우 과학적이고 선구적인 수경처리를 했음이 밝혀졌는데도 바닥에 수련을 심어 놓아 수면이 덮여 있다.

또한 고 윤국병 교수님의 증언에 따르면 70년대 복원 당시 바닥에 흩어져 있던 돌을 인부들이 무심코 호안 언덕 위에 던져 놓았는데, 그것을 특치, 군치 등 중국식 석조 용어를 빌어다가 우리 고유 석조기법이라고 원로 교수가 책에 소개하고 있지 않나 우리 정원문화가 이렇게 변질되고 오도되고 있는데도 고쳐질 기미가 안 보이니 답답할 뿐이고, 문화재청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 심우경
한국조경학회 조경식재연구회 위원장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 조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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