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산림청이 주장하는 것처럼 도시숲법(안)이 조경계와의 공동발전을 위한 법령일까?’ 이 질문에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No!”를 외치는 조경계 대표주자들의 토론 열기로 ‘도시숲법 제정 반대 토론회’ 장은 내내 달아올랐다.

이들은 “국비 확보를 통해 관련 사업을 확장시켜 주겠다”는 산림청 측의 주장과 “국민입장에서는 ‘도시숲’이든 ‘공원 및 녹지네트워크’든 어떤 이름으로라도 녹지만 많이 조성해주면 좋은 일 아니냐”는 의견에 “얼토당토 않는 얘기”라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한 “이 법안 폐지를 위해 범조경인들의 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경험했던 사안처럼 조경업 존폐를 위협하는 유관기관의 법안이 수시로 고개를 들이밀어 업계를 위기로 몰아넣는 폐단의 고리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자리는 토론자뿐 아니라 참여했던 참관객까지도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청중 발언 시간을 통해 김정식 (주)온유조경 대표는 “조경업계가 너무 점잖게 대응하고 있다. 주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당했는데도 99%는 무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지금 활동하는 분들은 소수의 독립투쟁가들이다. 이제 국회 촛불 아닌 횃불집회를 하든 릴레이 토론을 하든 우리 주장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면 뭉쳐서 적극 대응해야 할 시기”라며 조경계의 활동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공감을 얻기도 했다.

반복되는 법률 논란…산림청은 ‘불통’
만 4년 전인 2007년 산림청은 ‘산림자원의 조성에 관한 법률’ 내 ‘도시림에 대한 조성 및 관리’를 추가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2008년 봄 하위 법령 개정안을 발표됐다. 직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는 조경계뿐 아니라 관련 중앙부서인 국토해양부조차 시행령이 발표됐을 때에서야 비로소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이대성 대한건설협회 조경위원장은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본법까지 손을 보진 못했지만 시행령에서 산림기술자, 산림조합법인, 산림사업법인 등으로 묶어서 수행하려던 것을 조경에서도 똑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반영했다”면서 “그러나 4년 후 지금, 그때 해소하지 못한 불씨가 ‘도시숲법’이라는 이름으로 진화, 악성종양으로 변해서 조경계에 폭탄으로 던져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간의 산림청 활동을 언급하며 “절차, 원칙 그리고 업종 간 상식이 좀처럼 허용되지 않은 채 법률이 추진되고 있다. 또 법령 추진도 정부 입법 절차가 아닌 소위 ‘청부입법’이라고 불리는 방식으로 야당 의원을 앞세워 반대 의견까지 잠재우며 추진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그동안의 사례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FTA 덕분에 도시숲법안이 지연됐던 것은 조경계의 ‘복’”이라면서 “도시숲법도 반드시 폐기될 것이라고 믿는다. 모든 조경인들이 의견 모으고 또 함께 기도해주길 바란다”고 전달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관한 임재홍 아아조경(주) 전무는 “조경이 만만하다 보니 이상하게 유관 부서에서 많이 조경을 거론하고 나선다”는 점을 안타까워 하며, 산림청 역시 4년마다 오는 ‘도짐병’처럼 학교숲, 도시림 등의 언급을 계속해 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미 산림자원법 내에 규정돼 있는 도시림, 생활림 등 도시림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시행부분을 도시숲법 내에서 세분해 자연체험숲, 도시환경숲, 생활림(학교숲) 그밖에 도시생활숲 등으로 분류해 놨다”면서 “‘도시림’과 같은 내용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시공원에 ‘도시숲법’?…대표적 중복 규제 
도시숲법(안)의 동의 의원들 중에는 “도시에 숲을 만들면 시민들에게 좋고 또 산림청에서 예산을 확보해 이를 확대시키겠다는 의도”라는 측면을 고려해 지지의 한 표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심지어 업계에서까지도 “산림청이 국비 확보해 주면 좋은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 토론 참여자들은 “어림없는 기대”라고 지적했다.

박재철 우석대 조경도시디자인학과 교수는 이 법이 규제 완화라는 국가 정책 방향과 상반된다고 분석했다. 광범위한 계획은 도시계획위에서 심의하고 도시공원위원회를 통해서는 조성 및 유지관리, 디자인과 재료까지 세심한 부분을 심의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

박 교수는 “도시숲 정책위원회, 도시숲 지역심의위원회는 도시공원위원회에서 하는 업무를 똑같이 수행하겠다는 것이고 또 중복 규제를 받게 될 것이며, 이미 산자법에는 도시림 기본계획 수립도 언급돼 있다”면서 “도시기본계획 안에 공원녹지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으나 이도 중복이라고 지적하는데 또 다시 도시숲 기본계획을 해야 한다고 하니, 얼마나 비효율적인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기본계획 하나 수립하는데 최소 2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를 반복해 집행하는 것은 행정 예산 낭비다. 이 법 없어도 얼마든지 도시숲을 잘 조성할 수 있는 법적, 행정적 근거 마련돼 있다”면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지 말고 기존 법령을 잘 활용하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나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조경계 또 다른 기회라고?…“잘못된 생각”
김충일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장은 산림청 통계에 오류가 있다는 부분을 지적하며 20년간 운영해온 수의계약법의 문제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산림청의 산림사업과 도시림 사업을 조경계에서 80% 가량 추진하고 있다는 등의 데이터는 전혀 맞지 않다. 오히려 80% 가량을 산림조합과 수의계약하고 나머지 20% 정도만 공개경쟁을 위한 나라장터를 통해 추진되는데, 그 중 80%만이 조경업자가 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위탁·대행 등 법의 애매모호한 문구를 활용해 20년간 수의계약을 추진해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업을 하는 입장에서 그대로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법률안 제24조에 언급돼 있는 도시림 사업의 위탁 및 대행 규정이다. 이 부분은 조경업계 입장에서 치명적인 폐해조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성토했다.

특히 “2010년 1월 산림자원법 개정안 따르면 도시림 사업이 산림사업에 포함되면서 산림조합에서 수의계약으로 독점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는데, 이 내용을 분석해보니 조경업계 입장에서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미 언급했듯이 도시숲법의 뿌리가 2007년 12월 통과된 산림자원법을 근간으로 한다. 이번 도시숲법은 본법의 도시림을 세분화해 폭넓게 규정한 것인데, 도시숲법에서 위탁·대행 문제를 뺀다고 해도 이미 산림자원법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에 김 회장은 향후 제2, 제3의 사태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도시숲법(안) 자체를 폐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숲법 통한 국비 확대 효과 ‘희미’
산림청 측은 이 법이 임학과 조경학의 상호 보완을 통한 상생의 법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특히 도시숲을 추진함으로써 국비를 받아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돼 국비와 지방비 모두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에 공기관에 근무하며 공원녹지 예산을 집행·수행한 경험을 토대로 진승범 (사)한국조경사회 생태위원장은 “현실은 절대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 대표는 “240개 자자체에 조성해야 할 공원·녹지 수는 다수인데, 그 예산을 모두 책정하긴 힘든 상황”이라면서 “이미 각 지자체들은 지방비가 넉넉지 못하기 때문에 도시공원 조성 시 국비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왔다. 단체장의 제일 목표가 국비를 얻는 것이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미 지자체 공원조성 시 국비를 활용해 왔다는 얘기다.
오히려 “국비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산림청으로 줄을 서야 하는 폐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 폐해 우려의 근간으로 기존 산림자언법 예산 배정 부분을 언급하기도 했다. 산림자원법을 통한 국비 지원사업 중 숲가꾸기 사업, 큰나무 조림사업, 산림병충해 사업 등 고정적으로 이용되는 예산 대부분이 해당 지자체 단위 산림조합이 수의계약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 ‘독점’이지만 그 누구도 이를 문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도시숲법까지 제정되면 이들의 유착관계는 더욱 심해질 것이며 조경업계에는 트로이 목마가 될 것이다. 그리스에서 트로이 목마가 뭔지 모르고 춤추다 국가가 멸망했다. 세부 문구 변경이 아니라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상생 주장하면서 조경법은 왜 반대하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오히려 ‘조경법’이 시급히 재논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짙어졌다. 특히 산림청이 진정으로 조경계를 생각한다면 숙원사업이자 또 가장 힘들어 하는 조경기본법 제정에 힘을 모아줘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이대성 대한건설협회 조경위원장은 “조경계 발전을 위한 최대 숙원 사업이었던 ‘조경기본법’이 국토해양위 소속 김진애 의원을 비롯해 유관 기관들의 저지에 부딪쳐 좌초하고 있는데, 산림청도 포함돼 있다”면서 “조경’ 분야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내심 조경 분야로까지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진승범 위원장은 “산림청이 보내온 공문에는 산림청에 조경 전공자가 많다는 설명과 더불어 조경계를 친구로 생각하고 함께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언급도 있었다”면서 “전공 분야가 뿌리내리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느 분야든 기본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조경계는 그 근간이 없는 상황인다. 진정으로 조경과 함께 상생의 길을 가려면 도시공원법과 중복되는 도시숲법을 제정할 것이 아니라 조경계가 숙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조경기본법을 힘을 실어줘야 한다. 조경법을 조직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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