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과 임업분야는 도시숲 법안(‘도시숲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당장 철회하라, 국토해양부는 도시숲법안을 적극 반대하라, 국회는 도시숲법안을 바로 폐기하라, 10만 범조경인들은 법안이 폐기되는 시점까지 총궐기하자”

궐기대회장도 아닌 토론회 자리를 뒤흔든 조경계의 목소리는 하나였다. ‘도시숲법 제정반대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첫 발제자로 나선 김한배 (사)한국조경학회 수석부회장(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의 선창에 따라 도시숲법을 반대 주장을 함께 읽어 나갔다.

이날 발표와 언급들은 토론회 참여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범조경계가 함께 ‘위기’를 극복해 가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한편 양홍모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은 “산림청이 발표한 수정안에는 아직도 도시체험숲, 도시환경숲, 가로숲, 학교숲 등이 그대로 언급돼 있다. 제정 후 도시숲 하위법인 시행령을 통해 그 사업들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 있는 대목”이라면서 “산림청이 조경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제의를 하고 있지만 본의가 관철되지 않고 있다. 향후 그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따져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또 “그동안 조경계 내부에 크고 작은 위기가 닥쳤지만 슬기롭게 대처하고 적응해 왔으며, 이번 위기도 힘을 모으고 열정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며 여론을 부추겼다.


“이웃 담장 지켜줘야 공존 가능”
(사진)김한배(서울시립대 교수·(사)한국조경학회 수석부회장)
김한배 (사)한국조경학회 수석부회장은 도시숲법의 부당성에 대한 부분과 범조경계의 대응책에 대해 논했다. 특히 김 교수는 ‘좋은 담장은 좋은 이웃을 만든다’는 서양 속담을 비유하며 “서로 인접한 분야 간의 경계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 줄 때 상호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대원칙을 지켜줘야 발전적으로 협력해갈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법령의 부당성에 대해 ▲기존 조경분야 사업을 ‘숲’이라는 단어를 붙여 마치 새로운 임업 영역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조경·임업 두 학문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조경은 생태학적 기초지식 위에 다양한 사회과학적, 미학적 지식과 경험을 적용하는 건설 분야이지만, 임학은 자연과학적 지식을 적용하는 녹지학 분야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도시숲과 도시공원녹지는 그 역할이 다를 뿐 아니라 조성과 관리 방안에 대한 논리도 판이하게 다르며 ▲도시의 녹색인프라는 녹지 조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행문화, 경관 네트워크를 결합한 것이고 단순한 휴양녹지를 넘어서 공공여가와 문화예술공간으로도 진화해 가야 한다 ▲도시숲법으로 인해 녹지행정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며 본연의 업무들을 추진해왔던 조경업계가 임업의 하청기업화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김 부회장은 또 ‘도시숲법은 침략적 법안’이라는 의견까지 덧붙이며 “이웃으로 생각해왔던 산림청, 임학분야에서 선물인양 포장해 보내온 이 법령은 사실 포탄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조경계의 업역과 역할이 무너지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표는 향후 이런 상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후배 조경인들의 발전을 발판을 만들어 가기 위해 “조경인들이 한목소리로 외치자”며 도시법안 철회와 범조경인들의 총궐기하자고 선창하며 마쳤다.


‘당위성 미약’…관련 법과도 충돌
(사진) 최신현((주)씨토포스 대표·(사)한국조경사회 부회장)
최신현 (주)씨토포스 대표는 도시숲법안의 내용을 세심하게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40년 동안 추진해왔던 조경관련 사업을 마치 산림사업인양 도시지역 내 각종 도시계획시설을 도시숲이란 이름으로 애매하기 묶어서 새로운 분야의 사업으로 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은 조경 분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면서 “단호하게 법을 분석하고 비교 검토해 법률 제정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본 법률안 해석에 앞서 ‘숲’의 정의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숲은 국어사전에 나무가 우거진 곳 또는 수풀로 정의돼 있다. 즉 나무의 밀도를 조정해 많이 심으면 숲이 되는 것이다. 이 숲은 조경 분야 전체에서 보면, 녹지기법의 일부일 뿐이고 따라서 별도의 법으로 만들어 운영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법안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도시의 숲을 확충한다는 명목으로 별도의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너무 미약하고 도시공원법, 건축법 등의 관련 법률과도 충돌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도시지역 녹지의 조성·관리·이용 업무는 이미 산림청 산림자원법과 국토해양부 소관의 도시공원법(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명확하게 역할 분담이 돼 있는 것이며 ▲도시숲 내용은 도시공원법의 공원녹지에 포함되는 시설로 중복, 같은 대상물을 다루는 두 가지 법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도시숲의 세부 대상으로 언급한 공공공지, 주택·공동주택, 병원·요양소, 공장·공단, 인공지반 등은 건축법, 대지안의 조경, 택지개발촉진법 등의 개별 사업법에 따라 이미 규정돼 있다. 이밖에도 ▲도시숲사업을 산림조합 또는 산림조합중앙회에 대행 또는 위탁해 (수의계약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은 국토개발분야(조경) 엔지니어링활동, 조경공사업, 조경식재공사업과 중복돼 설계와 시공 시 혼란 가능성이 크며, 이들 업계에 지대한 손실을 끼칠 우려가 크다는 점도 경고했다.

조경업 존폐 위협…조속히 폐기돼야
심왕섭(세림조경건설(주) 대표·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부회장)
“도시숲법은 조경업계의 업무영역 침탈을 위한 꼼수”라고 거듭 강조한 심왕섭 세림조경건설(주) 대표는 “조경업의 고유 영역인 조경계획, 설계, 시공, 감리, 운영관리 업무를 침탈하고자 하는 법률”이라며 반발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전문건설 업계 입장을 대변하고 나선 심 대표는 “세계적인 불황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국내 건설경기는 더욱 위축된 상황에서 ‘도시숲법’은 또 한번 조경업계의 존폐까지 위협하는 무리한 법률”이라면서 “조속한 폐기만이 조경계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2년 12월 2일 산림청 도시숲경관과에서 보내온 글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도시숲법(안)을 통해 조경계가 성장할 것’이라며 제시했던 ▲수의계약의 대행, 위탁규정을 삭제해 현재처럼 자격 추가 없이 관급공사로 수주받을 수 있다는 점과 ▲조경관련 기술자격자들의 업역 및 자격 범위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은 논리적인 응답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미 관급공사는 이 법안 없이도 수주하고 있었으며 산림조합의 대행·위탁 부분은 산림자원법에 이미 언급돼 있어 ‘도시림’까지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이번 사례를 계기로 조경계가 함께 반성하고 업역 확장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조경토목, 조경건축, 조경환경, 조경산림 등 시대적인 변화에 맞춰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또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후대에 조경업을 물려줄 수 있도록 범조경계의 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시했다. 

심 대표는 이번 법안 발의에 국토해양위 소속 3명의 위원도 동참했다는 점을 아쉬워하며 “국토해양위 위원조차 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또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역할을 너무 낮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의문스럽다”면서 “앞으로는 국토해양위 위원 그리고 조경 관련 사업을 관장하고 있는 국토해양부가 더욱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해주길 기대한다”면서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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