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아미 (주)케이지건설 대리

 

‘아! 서울에 OB송년회만 갔다가 오긴 아쉬운데…‘라는 마음이 들 즈음, J군 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 J야! 우리 송년회 끝나고 뭔가 아쉬울 꺼 같은데, 재미난 거 없을까?”

“누나! 토요일날은 국립수목원 답사 어떠세요?”
“국립수목원? 좀 멀긴 하지만 좋지. 근데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좀 불편한데…, 미리 사전예약도 해야될 껄?..”라고 말끝을 흐리는 나에게 J는 “누나, 한국조경신문에서 매달 뚜벅이 프로젝트가 있는데 이번 달에 국립수목원에 간대요. 누나 꼭 가시는거죠? 저도 신청할 꺼니까 배신하면 안돼요~”

네이버에서 한국조경신문을 검색해서 뚜벅이 신청란에 들어가 ‘국립수목원- 겨울의 속살 만지러가자’ 인터넷 신청 완료, 입금도 완료^^

12월10일 아침. 어제 새벽까지 이어진 송년회 술자리. 우리는 영등포유스호스텔에서 자가차량으로 출발~ 김밥을 사고 약 1시간20분정도 서울을 겨우 뚫고 도착. 뚜벅이 버스팀도 도착이다.

큼지막한 명찰을 받아들고 김기채 숲해설사님의 인솔 하에 국립수목원 답사 시작. 칼 같은 겨울바람 때문에 너무 춥고 손도 발도 완전 꽁꽁인데 참가자들은 해설사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가 쫑긋. 눈이 초롱초롱하다.

학자수로 회화나무·쉬나무·능소화를 심었다, 우리나라 소나무를 부르는 여러가지 말들, 나무에 붙어사는 기생식물에 대한 이야기 등등… 대학교 수목학 시간에 배웠던 한번쯤 들어봤던 이야기들 15년 만에 다시 들으니 새롭다.

너무 추워서 ‘이제 좀 앉고 싶다’ 는 생각이 들즈음 산림전시관으로 데리고 가신다. “휴~(살았다)”
국립수목원에 대한 홍보영상 관람 후, 연구전시 담당 박사님이 몇 말씀 하시고, 오늘은 너무 추워서 야외에서 식사를 하기는 어려울 꺼 같아서 특별히 직원식당을 식사장소로 제공해 주신댄다. ‘오~’
따듯한 물 한잔을 뜨고 신청했던 동생들과 다 같이 앉아서 김밥, 샌드위치, 과일 진수성찬이다. 따뜻한 컵라면을 하나 선뜻 건내 준 한국조경신문 기자님~! 등 뒤에 천사의 날개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라면이…

오후 1시 햇살이 따뜻할 시간인데, 오늘은 영 아니다. 생태연못을 돌아볼 때 즈음. 아까 그 기자님이 앞에 가는 친구 B군한테 답사기를 청탁한다. 그 친구가 뒤에 있는 나를 가리키면서 “이 친구가 쓸 거예요”
갑자기 마음에 쏴한 바람은 “뭐지?” 아까 컵라면 덕분에 난 거절도 못하고, 오전내내 소극적인(?) 탐방객에서 해설사님을 바로 쫓아가는 적극적 탐방객으로 변신하고야 말았다.

단체 답사의 장점이라면 개인 답사 때는 들어가지 못하는 출입금지구역, 출입제한구역 등을 들어가 보는 게 아닐까 싶다. 역시 국립수목원에도 그런 곳들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전나무 숲길과 산림동물원이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전나무 숲이 보전된 곳이라니, 옆에 P동생이 “좋은 공기를 많이 마시고 가야지”라 한다.

계속되는 경사의 끝 즈음에 산림동물원이 시작됐다. 반달곰부터 맞이하더니 늑대, 멧돼지, 그리고. 오~ 정말 철창살 앞으로 백두산 호랑이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게 아닌가? 이렇게 가까이서 하품하는 호랑이를 본 적은 처음인 거 같다. 그리고 ‘호랑이한테 물려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말은 호랑이를 가까이서 보지 못한 사람이 지어낸 말인 듯.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크고 무섭던데…(OTL)

사람들의 흥미가 총 집중된 호랑이를 끝으로 숲길 및 산림동물원 탐방을 마치고 들어간 곳은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열대식물의 종들을 하나씩 수집해서 온실에 원종으로 심어 놨다는데 몇 년전 일부 개방해서 도둑맞은 종들도 있었다니 헐… 정말~

이제 당분간은 개방을 하지 않고 복원과 증식에 힘을 쏟을 거라는 말과 매년 종자 및 원종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예산들이 좀더 많이 확보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하고 안에 있는 식물들을 설명해주신다. 여러가지 열대지방 식물들, 선인장들, 허브류 등등 다양한 식물들이 있었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학명으로만 적혀 있어서 이해가 어려운 게 있었다. 한글 표기도 같이 했다면 실내조경 설계하는 분들은 좀 더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다가오는 2012년 뚜벅이 프로젝트, 매달 참여 도장을 찍어서 1년 개근상을 타볼까? 난 이제 행복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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