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특성 외면한 채 하자이행기간 ‘2년→5년’ 늘리려는 정부 움직임
<한국조경사회 기술세미나> “조경업체 다 죽는다” 특단의 대책 촉구


공산품의 생산이나 건설, 조경 시공에 있어 하자 발생은 ‘공공의 적’이다.

하자율을 최소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완벽한 공정관리가 수반되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조경의 경우 생명이 있어 일괄적인 생산이 불가능하고 항상 상태가 변화하는 수목을 주재료로 삼기 때문에 타 분야보다 하자 발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금껏 조경식재를 둘러싼 하자 분쟁은 끊이지 않고 발생해 왔으며 해마다 그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관련 법률이라 할 수 있는 ‘건설산업기본법’이나 ‘주택법’에서 다루고 있는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조차 구체성과 합리성이 부족해 오히려 분쟁의 소지를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현행 2년인 하자 보증기간을 5년으로 늘리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어 조경공사의 특수성을 고려한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처럼 조경 하자 분쟁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조경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12일 열린 2011 조경기술세미나에서 ‘조경식재공사의 하자현황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 및 토론이 진행돼 학계와 업계의 현장감 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 2011 제8회 조경기술 세미나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남상섭 LH 건설관리처 차장은 ‘공공발주공사의 수목식재공사 하자 현황 및 저감방안’이라는 주제로 LH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 상반기에 걸쳐 조사한 조경공사 현황과 수목 하자 현황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자료를 발표했다.

그 결과 조사기간 내 용인 서천지구 등 6개 도시기반 시설지구와 성남판교 17-1BL 등 53개의 공동주택단지 내에 총 204만주의 수목이 식재됐으며 이중 상록수가 107만주, 낙엽수가 97만주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수종 다양성에 대해서는 일부 수종이 편중되게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일정량 이상의 수목을 식재토록 한 지자체 조례의 법적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량의 군식용 수목 사용이 많았다. 또 조경수목의 생산과 유통구조에 따른 규격의 획일화도 수목의 편중성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많은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수목하자 발생현황은 분석결과 일반적인 교목의 평균 하자율이 17.54%로 일반적 수목하자율 13%(관목의 경우 현장별 하자수량의 산출곤란으로 제외됨) 보다 높게 나타났다. 수종별로는 ▲상록교목에서는 편백(42.86%), 구상나무(36.11%), 동백나무(29.23%), 해송(27.14%) ▲낙엽교목은 배롱나무(56.82%), 자작나무(40.1%), 쪽동백(33.2%), 때죽나무(31.15%), 꽃복숭아(27.27%), 매화나무(27.08%), 감나무(26.82%) 등 25% 이상의 높은 하자율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월별 하자 발생은 갈수기인 9월∼10월에 전체 하자의 57.72%가 집중돼 가장 높은 발생 빈도를 기록했다.

 

 

▲ ‘조경식재공사의 하자현황과 개선방안’발표자들. 왼쪽부터 이승제 서울나무병원 원장(조경수목의 하자원인 및 대책_하자사례를 중심으로), 남상섭 LH공사 건설관리처 차장(공공발주공사의 수목식재공사 하자현황 및 저감방안), 이상석 서울시립대학교 교수(하자판례분석을 통한 조경공사 하자실태 및 개선방안)


이 같은 상황을 놓고 관련 전문가들은 대부분 우려의 반응을 표했다. 임재홍 아아조경(주) 전무는 자신의 27년 경험을 예로 들면서 “통상 조경식재로 얻을 수 있는 이익률이 13.5% 정도”라며 그렇다면 3~5%의 하자율이 정상인데 이 통계처럼 사실상 식재 하자율이 20%를 넘어선다면 식재공사업은 10년 안에 다 문을 닫아야할 지경”이라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경식재공사는 하자가 발생하게 되면 부분하자가 아니라 공사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조경수목을 교체해야 하므로 하자발생시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식재공사업의 존립기반까지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하자보수기간 동안 전적으로 시공자가 관리까지 떠맡게 되는 현행 풍토상 시공자의 입지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통계조사로도 입증된다. 이날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의 조경공사와 관련된 하자판례 분석결과를 발표한 이상석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243건의 조경공사 관련 하자소송 중 조경수목 식재 관련 건은 132건으로 전체의 54.4%에 달한다. 하지만 절대적인 수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77%에 달하는 시공자의 피소율이다.

김재준 방림이엘씨(주) 대표 역시 “건설현장에서 제일 약한 것이 조경”이라며 “관리소홀로 인한 문제까지 모든 것을 조경시공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 주제발표에 이어진 종합토론에 참여한 패널들. 왼쪽부터 김광두 상명대학교 교수, 아아조경(주) 임재홍 전무, 좌장 이유경 (주)성호엔지니어링 대표, 강철기 경상대학교 교수, 김재준 방림이엘씨(주) 대표


현 상황, 다양한 원인 복합 작용한 결과
조경공사의 하자는 크게 설계상의 오류, 제품불량, 시공부실, 유지관리 부실, 이용자에 의한 피해 등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지역별 기후·토성 등의 생육을 고려하지 않은 수종 선택과 토질, 다짐에 의한 배수 불량 등 식재기반 불량, 공기 이행을 위한 부적기 식재, 수목의 품질 불량 및 운송과 현장 가식에서의 관리 소홀 등이 하자 발생으로 이어지는 것.

이승제 (주)서울나무병원장은 “수목의 기반환경을 맞춰주면 생장에 큰 문제가 없는데 이러한 식재기반 조성 없이 무조건 식재만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강철기 경상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역시 구상나무(하자율 36.11%)와 자작나무(40.1%) 등 하자율이 높았던 수종들의 구체적인 고사 원인을 꼽으면서 “나무 자체의 특성보다 부적절한 장소에 식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식재 후 관리의 중요성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광두 상명대 교수는 “관리전담 부서를 만들어 관리를 했더니 6~10%의 하자를 2~3%로 줄일 수 있었다”며 식물 적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목은 고유의 특성상 외부 환경에 노출돼 있어 노화가 빠르며, 이용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에 따른 손상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에 하자 발생을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결국 관리에 대한 요구도는 필연적으로 비용 발생을 수반하지만 지금까지의 수목하자 보수 관행은 이러한 유지관리 비용에 대한 고려없이 시공자에게 일임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대해 임재홍 전무는 “유지관리가 안돼 발생하는 하자가 많지만, 유지관리 비용도 안주면서 유지관리를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김재준 대표 역시 “관리 소홀로 인한 하자를 무조건 시공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대표는 “하자 기간이 2년이기 때문에 준공 1년 후에도 날씨가 가물면 시공사에 관수작업을 하라는 공문이 온다”며 “관리와 시공을 정확히 구분해 시공 당시에 설계자가 의도한 콘셉트가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주체 측도 최소한의 관리는 해줘야 하지 않겠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판례분석에도 전체 243건 중 사용자(관리자)의 유지관리 부실로 인한 하자가 28.4%(54건)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해 준공 후 유지관리 책임 소지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으로 분쟁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애매모호한 하자 유형 및 공종별 처리기준 역시 이러한 상황을 더욱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는 준공 후 유지관리에 대한 책임이나 천재지변의 판정 기준에 대해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는 상태다.

김재준 대표는 “조경시방서와 전체자료의 하자판정 기준 2/3 이상이 조경 하자로 되어 있다”며 “관리도 하지 않으면서 가지 하나만 부러져도 시공 당시의 하자로 간주하고 재시공을 하라는 것은 하자판정 규정을 너무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천재지변에 대해서는 “하자적용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규정 또한 너무 두루뭉실하다”고 지적하면서 “시간당 강우량, 풍속 기준 등을 명기한 일본 오사카현의 사례처럼 하자판정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물 특수성 고려한 하자방안 절실
조경식재공사는 하자가 발생하게 되면 조경수목 교체로 인한 시공사의 많은 경제적·시간적 손실이 발생한다.

또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객관적 판정 및 처리기준이 없어 분쟁이 장기화·소송화 될 가능성 또한 크다. 현재 하자 발생에서 최종 판결까지는 평균 3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조경수목의 하자 저감과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살아있고 항상 변화하는 생물체인 수목을 다루는 조경공사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절대적이다.

하자발생 이전 단계에서는 설계, 시공, 유지관리 모든 단계에 이르는 하자 방지 대책이 요구되며, 하자 발생 후에는 상호간 피해와 이견의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하자판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하자담보책임 제도에서 시공자의 면책규정에도 불구, 시공자에게 일방적으로 하자 이행을 요구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직접적인 하자 및 결함의 원인을 제공한 자가 피해보상을 부담하는 원인자 부담원칙도 함께 실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LH 집계 조경수목(교목) 하자현황

성상

수종

규격

단위

하자 발생현황

식재수량

하자수량

하자율

상록
교목

동백나무

H2.0*W1.0

1,981

579

29.23%

후박나무

H3.0*R10

195

43

22.05%

가시나무

H3.5*R8

1,220

221

18.11%

먼나무

H3.0*R10

233

42

18.03%

은목서

H2.0*W1.0

490

79

16.12%

편백

H2.5*W1.0

154

66

42.86%

해송

R10-R25

350

95

27.14%

구상나무

H2.5*W1.0

875

316

36.11%

젓나무

H3.0*W1.5

6,429

1,397

21.73%

주목

H2.0-H3.0

1,538

335

21.78%

낙엽
교목

꽃복숭아

H3.0*R8

154

42

27.27%

산사

H3.0*R8

274

49

17.88%

계수나무

H4.0*R12

382

86

22.51%

쪽동백

H3.0*R8

512

170

33.20%

팥배나무

H4.0*R12

524

101

19.27%

자귀나무

H4.0*R12

705

131

18.58%

노각나무

H4.0*R12

761

167

21.94%

감나무

H4.5*R20

798

214

26.82%

때죽나무

H3.0*R8

1,509

470

31.15%

꽃사과

H3.5*R8

1,588

257

16.18%

상수리나무

H3.0*R6

1,817

386

21.24%

살구나무

H4.0*R15

2,580

575

22.29%

배롱나무

H4.0*R12

3,092

1,757

56.82%

마가목

H3.0*R8

855

192

22.46%

자엽나무

H3.0*R8

904

216

23.89%

백목련

H4.0*R20

1,978

384

19.41%

자작나무

H4.0*B10

2,523

1,022

40.51%

산딸나무

H3.0*R8

2,820

614

21.77%

매화나무

H3.5*R8

2,984

808

27.08%

산수유

H2.5*R8

3,357

510

15.19%

왕벚

H4.0*B12

3,829

655

17.11%

청단풍

R8-R15

8,907

1,495

16.78%

* 자료 : (사)한국조경사회 기술지 제6호(남상섭 LH 건설관리처 차장 발표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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