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강 한경대 조경학과 학생

졸업을 앞두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던 찰나, 좋아하는 후배에게서 뚜벅이 프로젝트에 대해 듣게 되었다. 예쁜 조경인들이 많이 온다는… 그 날 우리는 ‘입대하자마자 제대하는’ 그런 속도로 신청하게 됐다. 소감에 앞서 그 후배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정말 참가자 대부분이 ‘마음’이 예쁜 조경인들이셨다. 처음 뵙는 분들이지만 다들 인상도 좋으시고 하시는 말씀마다 따뜻 마음이 느껴져 기분 좋게 함께 할 수 있었다.

겨울의 수목원, 낙엽 위에 고즈넉이 녹지 않고 내려앉아 있던 첫 눈의 흔적은 이 날의 날씨가 오지게 춥다는 것을 내 손이 얼기 전에 암시해 주었지만 뚜벅뚜벅 전나무숲길을 걸으며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은 시나브로 추위도 잊은 채 풍경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실제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백두산 호랑이부터 늑대, 곰들은 마냥 신기했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 관계자들께 너무도 감사했다. 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을 함께 하며 나무들과 친해지고 있던 중 그의 이야기에 곁들여 나무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까지 계셔서 재밌었고 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앙상한 가지만 남았지만 찬바람에도 제각기 당당하게 솟아 오른 나무들을 보며 겨울 수목원의 색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또 매서운 날씨에 오들오들 떨다 들어가게 된 난대식물원에서는 계절을 잊은 듯 온실 속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름답고 신기한 나무와 식물, 꽃들이 신비로운 모습을 자아내며 몸과 마음에 온기를 불어 넣어줬고 스쳐 불어온 듯 향긋한 허브 향기는 일상에 지친 정신을 맑게 가다듬고 치료해 줬다.

한 해를 매듭지으며, 대학을 졸업하며 느껴지는 아쉬운 감정들과 불안함과 초조한 생각들은 이날 뚜벅이가 되어 숲 속을 거닐며 툭툭 털어낸 것 같다.

혼자 다녔으면 보지 못하고 지나치거나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알아가면서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웃음을 머금고 나무를 설명하는 해설가와 경청하는 뚜벅이들을 보며 단지 나무가 좋아서 조경의 길을 걷게 된 내가 지금은 그 때의 이유와 설렘과 열정이 사그라져 오랜 시간 초심을 잃고 배회한 시간이 많지는 않았는지 반성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하루였다.

앞으로도 좋은 분들과 함께 새로운 인연을 맺고 뚜벅뚜벅 걸음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올해의 마지막에 특별한 추억을 선사해 준 뚜벅이 프로젝트에 감사를 표하고 2012년 새해를 맞이하는 뚜벅이 행사의 차기 만남의 장소는 어디가 될지 기대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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