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홍모 (사)한국조경학회장

현재 국회에 발의된 ‘도시숲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11월17일 소관 상임위인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상정되어, 공청회 없이 전원 찬성으로 통과될 예정이었다.

우리는 국토해양부 주무부서 및 산림청을 항의 방문하였고, 국토해양부장관실 면담을 시도해 국토해양부 추가 의견이 산림청으로 발송되게 했다. 또한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실을 방문하고 설득하여 위원회 개최 20분 전에 ‘공청회 수락’을 받아냈고, 11월 22일 법률안심사소위 공청회를 거쳐 간신히 법안을 계속심의로 돌려놓았다. 대표발의를 한 김효석 의원도 산림청-국토해양부-조경학회 의견을 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긴박한 과정을 도와준 이대성 위원장, 이민우·김충일 회장, 각 단체 사무국장 등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공청회에서 진술한 도시숲법안의 제정 반대의견을 중심으로 근본적인 문제점과 조경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몇 가지 조항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도시공간에 녹지와 숲을 조성하는 것은 시민의 환경복지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도시공간에 녹지와 숲을 조성하고 관리하는데 있어 ‘조경학’과 ‘임학’이 다루는 대상과 국토해양부와 산림청이 담당해야할 업무는 분명히 구분된다.

‘Urban Forest’ 즉 ‘도시림’ 혹은 ‘도시숲’은 도시공간 내 산림을 지칭한다. 서울의 남산, 북한산, 우면산에 숲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것은 임학분야이거나 산림청 업무일 수 있다. 그러나 도시공간에서 산이 아닌 건물주변 공간, 주택단지, 병원, 공장, 인공지반에 식재를 하고 녹지를 조성하는 일은 조경분야이며 국토해양부가 담당해야 할 업무이다.

생산된 수목을 식재하는데 있어 나무를 심는 공간의 위치가 달라지면 학문과 업역, 주무부서가 다르다는 엄연한 사실을 산림청에서 착각하고 있는데, 도시숲법안의 중대한 결함이 있다. 산림청과 같은 역할을 하는 미국의 ‘US Forest Service’는 도시 한복판의 건물주변, 주택단지, 학교, 도로, 보행자전용도로, 공원에 나무를 심는 업무는 하지 않는다.

도시숲법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도시숲의 범위이다. 도시숲을 자연체험숲, 도시환경숲, 가로숲, 학교숲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제2조). 이들 도시숲 유형은 도시계획 또는 공원녹지기본계획 등 개별 법령에서 다루는 공간과 상충되며, 법 집행의 혼선 및 계획수립의 혼란만 야기한다. 특히 도시환경숲에는 공한지, 공공공지, 주택·공동주택, 병원·요양소, 공장·공단, 인공지반이 포함되어 있어 조경이 도시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공간의 식재가 산림청의 업무로 바뀌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숲은 ‘수풀’의 준말이다. 수풀은 나무가 무성하게 들어찬 곳, 즉 ‘산림(forest)’을 지칭한다. 숲은 마을 뒷산의 정취와 풍경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가 있어 일반인들이 호감을 가지는 단어이다.

그러나 숲의 본질은 산림이며 아무 단어의 뒤에 붙여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을 찾아보아도 ‘Street Forest’ 즉 ‘가로숲’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시의 가로변에 어떻게 숲을 조성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School Forest’ 즉 ‘학교숲’의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산림지역에 학교를 만들에 환경교육을 시키는 ‘Forest School’ 즉 ‘숲학교’의 개념을 잘못 적용한 경우이다.

이처럼 가로조경을 가로숲으로, 학교조경을 학교숲으로 이름을 바꾸어 기존에 조경분야가 다루고 있는 공간을 산림청이 다루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현행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은 다양한 유형의 도시공원과 도시자연공원, 그리고 완충녹지, 경관녹지, 연결녹지 등 다양한 녹지를 정의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조경이 다루는 도시의 다양한 녹지와 공원을 단지 이름만 숲으로 바꾸어 산림청과 임학이 다루겠다는데 도시숲법안의 근본적 문제가 있다.

도시숲법안은 ‘도시의 녹색기반 확충’(제1조)을 명시하고 있다. 현행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의 공원녹지기본계획을 통해 도시의 녹색기반을 조성하고 구축하고 있어 중복된다.

도시계획적 차원에서 다양한 공원과 녹지를 연결하여 조성하는 그린인프라, 즉 녹색기반의 구축과 확충은 국토해양부와 조경학이 다루는 분야이지, 산림청과 임학이 다루는 분야가 아니다. 도시숲지역계획(제8조)도 도시공원법에 의한 ‘공원녹지기본계획’의 대상공간과 계획내용이 중복되며, 새로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국가행정 낭비 및 이중 규정이다.

산림청은 매년 수천억 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산림지역에 사용하고도 예산이 남는지 도시공간 여기저기에 나무를 심는 일을 하겠다고 한다. 전국의 도시림에 숲을 조성하여 도시생태계를 회복하고, 산사태를 막고, 산림 레크리에이션 공간을 조성하는데 사용하길 바란다. 굳이 조경분야와 국토해양부가 담당해온 도시공간에 나무를 심겠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산림청은 도시숲법이 조경분야를 도와주는 법이라고 주장한다. 도움 받을 사람들이 싫다고 하는데 굳이 추진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시숲조성관리사 제도(제24조)를 신설하고, 도시숲 조성사업을 산림조합과 산림조합중앙회에 대행 또는 위탁(제24조)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생각을 빨리 접기를 바란다.

또한 산림청이 국토해양부로 이전할 것을 염두에 두고 ‘도시숲법안’을 추진했다면, 이전한 후 조경분야와 상의해서 더 좋은 법안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현행 건설산업기본법 및 엔지니어링진흥법에 따라 조경업체 등이 현재 실질적으로 도시숲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도시숲 조성사업을 산림조합과 산림조합중앙회에 대행 또는 위탁하는 것은 이들에게 진입장벽이 되고 공정거래 질서를 저해한다.

도시숲조성관리사의 역할은 현행 국가기술자격인 조경기술사·기사·산업기사·기능사가 건설기술관리법에 따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조경관련 자격 소지자는 6만 명에 달하며, 매년 4천여 명의 신규 자격취득자가 배출되고 있어 자격 신설이 불필요하다.

도시에서 다양한 공원과 녹지, 건물을 제외한 공간의 식재 계획, 설계, 시공은 현행 법과 자격제도로도 조경분야와 국토해양부가 충분히 할 수 있다.

도시숲법안은 조경학과 임학 간의 심각한 마찰을 야기하고, 업역의 중복에 따른 조경업와 임업의 상충과 혼란을 피할 수 없으며, 국가적으로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한다. 따라서 도시숲법은 제정되어서는 안 될 법안이며 강력히 반대한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