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용득 동인조경마당 대표
드디어 용산공원설계 국제공모가 지명초청자 선정을 위한 참가의향서를 모집 중에 있다. 이에 이 시대를 고민하는 조경가로서 공모지침에 대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토로해 보고자 한다.

지명공모전의 불투명성이 우려된다
금번 공모전은 국가를 상징하는 대표공원으로서 참가하는 전문가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모든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서 축제로 마쳐야 할 프로젝트이다. 주관하는 입장에서도 이를 목표로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제시된 기준으로는 다소 우려의 입장을 지울 수 없다.

지침에는 국내·외를 포함한 팀 구성이 가능하며, 다양한 분야의 컨소시엄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외형적으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현상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PQ제도를 준용한 형식으로 이해된다. 이런 경우 세부 평가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참가업체에 대한 평가에 공정성 시비가 야기될 확률이 높은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인 PQ제도는 특별한 설계의 특기사항이 적은 경우에 주로 시행되고 있지만 기술자의 자격, 해당 업무의 실적, 업무 중첩도, 재정상태, 특허 등등에 따라 세부적인 기준이 제시되어 있어 이에 따른 분명한 심사가 이루어지기에 공정성에 별다른 이견이 적은 장점이 있다. 이에 반해 금번 공모전은 업체 선정에 대한 특별한 평가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심사 시에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점이 예상된다.

10p로 제한된 참가의향서의 내용 대부분이 정성적 부분들이며 업체에서 제시하는 실적들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절차도 예시되지 않고 있어 부당한 실적으로 참가하는 업체가 생길수도 있기에 더더욱 공정한 평가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예전에도 이와 유사한 지명공모전이 진행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에도 심사결과에 따라 많은 오해가 비롯됐던 적도 있었기에 공정한 설계경기를 위해서도 모호한 지명공모전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보상금을 수상금으로 전환함이 바람직하다
아마도 이번 공모전을 제한하는 가장 주된 원인 중 하나로는 1차로 지명되는 8개의 업체에게 최소 5000만원의 보상금이 주어지는 것으로 돼 있는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일정 수준의 업체를 선정하여 참가에 소요되는 실비를 일부 보상해줌으로써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용산공원과 같은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하는 중요한 프로젝트에는 적절치 않은 듯 싶다.

1차로 지명된 업체에게는 다소 여유로운 설계과정이 되겠지만 보상금을 바라고 참여하는 업체이기보다는 국가상징공원의 주체로서의 의미가 더욱 크기에 보상금이 없더라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설계자로서는 보상금보다 심사 후 8등안에 들어 상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더욱 보람된 일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자칫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지 않도록 참가의 문호를 활짝 열기를 기대하는 바 이다.

보안이 요구되는 자료로 참가 제한해서는 안된다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로 8개라는 기준을 정한 이면에는 제공되는 자료의 보안문제로 비롯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설계를 위해 부득이 일부 군사기밀을 공개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도 8개업체까지가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한계는 아닐 것이다. 물론 현재 미군과 한국군의 주요시설들이 있어 이에 대한 운영자들의 고충을 이해하더라도 완벽한 현장자료는 추후 현장실사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모전에서 지원하는 현장자료에는 어느 정도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기에 이로 인한 참가제한은 더더욱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자격제한이 없는 현상공모
일반적인 공모에서는 그에 합당한 자격조건을 내세워 진행하는 것이 통례이며, 어떤 경우 지나친 자격제한으로 참가 자체가 곤란한 경우를 종종 당하게 되는데 반해 이번 공모자격에는 특별한 자격조건을 내세우지 않는 점이 매우 특이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내·외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컨소시엄을 권장하고 있다.

국가가 진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서 공공성을 표방하는 점은 이해하지만 분명히 공원은 조경의 업역이기에 조경의 범위를 벗어난 공개적 참여에 깊은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아마도 용산공원은 이 시대의 조경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안을 내보이고 싶을 정도의 매력적인 프로젝트이다. 특히 이번 공모전의 성격은 근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번도 우리가 사용하지 못한 비운의 땅이며, 민족공원의 성격이 강한 진정한 한국의 센트럴파크이기에 더욱 그 의미가 남다른 과제로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금번 공모전은 잘 짜여진 설계업체의 조합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용산공원을 짊어갈 Master Landscape Designer의 창의적 개념을 뽑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즉, 외형을 뽑는 것이 아닌 실체를 뽑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현상공모가 당초의 당선안이 최종까지 그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바뀌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용산공원은 현재 주요 군사시설로 사용되고 있기에 아무리 훌륭한 안이 나오더라도 미군기지 이전 후에 이뤄질 정밀 현장조사나 설계과정에서 많은 수렴과정을 통한 변형된 안으로 최종 수정될 것이며 조성과정에서도 계속 진화해나갈 것이다. 

그러므로 계획초기부터 끝까지 이를 지속적으로 끌고갈 이 시대의 조경 리더의 선발에 그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규모가 작은 사무실이나 젊은 조경가, 그리고 학교에 있거나 대형 컨소시엄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많은 조경가들을 외면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외국의 수많은 사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공원 설계를 통해 새로운 조경가가 등장한 사례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물론 지침에는 누구나 참여하게 되어 있으나 실제 문제는 8개로 제한된 숫자에 있다. 왜 하필 ‘8’일까? 이 숫자로는 기성의 실적 좋고 규모가 커다란 몇몇 회사들 밖에는 참여할 수 없기에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조경가들은 발빠르게 움직이는 그들만의 합종연횡을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조경의 전문업역인 공원설계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공개하면서도 실제로는 조경가가 자유롭게 참여하지 못한다면 이는 조경가로서 깊은 자괴감은 물론 동시에 조경이라는 업역의 근본적인 생존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보상금이 필요조건일 수는 없다. 비용을 감수하고도 참여할 수 있기에 진정 행정편의라는 이유가 아니라면 공모전의 본래의 취지대로 참가에 제약을 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황용득(기술사사무소 동인조경마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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