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영 그룹한어소시에이트 사원
마침내 뚜벅이 프로젝트 투어 당일, 아침이 밝았다. 집에서 부족한 잠을 자고 있었을 여느 때와 같은 토요일, 나는 새벽녘부터 배낭을 매고 운동화를 꺼내며 집합장소로 향했다. 한국조경신문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뚜벅이 투어. 수없이 홈페이지를 보며 갈까 말까 고민하다 설렘을 안고 참가신청을 클릭했다.

조경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연경관을 보기 위해, 모이는 것이 처음이어서 마치 어릴 적 소풍을 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저렴한 참가비로 전라남도 장성까지 경관숲을 언제 접해볼 것이며, 부지런하지도 않은 나와 같은 사람에겐 뚜벅이 투어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기회였다.

축령산 편백나무숲은 테마별로 하늘숲길, 산소숲길, 숲내음길, 건강숲길, 편백칩, 습지데크 등으로 조성돼 있고 명상쉼터·하늘바라기쉼터·야외데크 등의 시설도 갖추어진 피톤치드가 최대로 뿜어내는 치유의 숲이다. 또 운영요원으로 산림치유지도사 2명과 숲해설가 4명, 등산안내인 1명을 배치해 숲 해설 및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더 없이 좋은 가을 햇살아래, 맛있게 도시락을 먹고 어느새 나는 산림치유지도사의 구호에 따라 맨발로 편백나무칩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곤 편백향을 몸 속 가득 들이쉬고 내뿜었다. 발끝으로 느껴지던 돌맹이가 주는 고통은 점차 혈액순환이 되면서 부드러운 흙과 폭신폭신한 편백나무 잎들을 발가락 사이로 느끼며 경치를 맛보았다.

평소 산행을 좋아하는 나지만 맨발로 산책길을 걷기는 처음이어서 부끄럽기도 하고 낯설었지만, 그것도 잠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된 연식의자에 앉아 등을 기대어 눕는 자세를 취하니 울창하고 멋있게 뻣은 편백나무 꼭대기로 보이는 파랗고 하얀 하늘은 꼭 천국인 것처럼 이국적인 분위기를 주었고 긴 버스투어 끝에 행복감을 맛보여주었다. 햇살좋은 날, 가족들 혹은 연인과 함께 데이트 할 만한 편안한 집 앞의 숲 같았다.

다소 추웠지만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잔디의 보급을 넘어 품질을 향상시키려는 (주)엘그린의 열정은 느슨했던 나를 잠시 돌아보게 하고, 뗏장을 뜨는 과정과 잔디의 관수와 배수를 친절하게 안내해줘서 기대한 만큼 유익한 시간이었다. 더불어 밀록, 세녹과 같이 한국잔디의 신품종 개발은 익히 들은 바 있어서 다시 한 번 머릿 속에 새겨 넣을 수 있었다.

우물터에서 시원하게 발을 닦은 후 마신 고소한 막걸리 맛에 또 한 번 감탄을 했고, 날씨가 쌀쌀했지만 준비해 온 따뜻한 도시락과 좋은 조언과 말씀을 들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뚜벅이 투어에 참가하고 나니 결의와 생각만으론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만 구경하는 구경꾼이 될 뿐, 체험하고 직접 보는 것만큼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이런 뚜벅이 투어라는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한 한국조경신문 관계자들께 새삼 감사드리고, 만나 뵈었던 모든 분들과 이글을 읽고 흥미로워 하는 분들과 지금처럼 뚜벅뚜벅 걸으면서 언젠가 뵐 날이 기다려진다.

정재영 (주)그룹한어소시에이트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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