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당선된 시장 공약에 ‘공원소외지역에 동네공원 만들기’ 라는 내용이 떡 하니 들어있다. ‘공원소외지역이’라는 말은 분명 서울시 내부에서만 몰래 쓰는 것이었는데, 언제 이게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다 새로 온 시장이 덜컥 들고 왔을까? 결국 올게 왔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

공원소외지역이란 공원서비스 소외지역의 줄임말인데 일정거리 내에 공원이나 하천이 없는, 말 그대로 공원서비스로부터 소외된 지역을 뜻한다. 작년 공원녹지기본계획 초안을 수립하면서 조사해보니 서울시 전체면적에 4.6%인 28.35㎢ 가량 됐다. 근린공원 이상 공원의 둘레에서 500m 범위, 어린이공원 이하 공원의 둘레에서 250m 범위를 하나하나 지워나가고 남은 조금은 안타까운 지역들이다. 500m라는 거리는 어른걸음으로 약 7~8분, 아이들이 천천히 걷거나 언덕길을 오를 경우 약 10분 가량 걸린다.

구별로 공원소외지역 분포현황은 각기 다른데 산과 고궁이 밀집한 종로구는 전혀 없어 이상적인 환경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지역들은 주로 부도심과 외곽의 자치구에 산재해 있었다. 재미난 것은 강남구의 오피스타운의 상당 지역이 공원소외지역이었다는 점이었다. 금싸라기땅이지만 외려 공원서비스는 별로 뛰어나지 않은 속 빈 강정이라 해야 하나? 그 곳에서 불철주야 일하는 관련업계 직원들 생각도 떠올랐다. 실제 강남 오피스 밀집지역의 경우 도산공원을 제외하고는 공원다운 공원이 없다. 오히려 올림픽공원이나 양재천, 탄천 인근지역이 공원서비스 측면에서는 행복한 곳이다.

이러한 공원소외지역 현황을 일부나마 알고 있으면서도 그간 화끈하게 덤벼들지 못한 핑계는 여러 가지였다. 우선 소외지역에 너무 천착할 경우 가뜩이나 일몰제를 앞 둔 장기미집행공원 해소에 대한 동력이 분산될 수 있었다. 매년 2000억원 수준에서 6000억원 수준으로 보상비를 높여야만 급한 불이라도 끌 수 있는 상황에서 공원소외지역을 적극 해소하겠다고 우리 공무원들만 나서긴 어려웠다. 또 가뜩이나 부족한 공원현실에서 시대적 요청에 따라 그 때 그 때 물망에 오르는 대상지를 적극 받아 안아야지, 소외지역이니 아니니 따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공원소외지역을 자꾸 거론할 경우 그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 있거니와 실제 공원소외지역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존 건축물을 헐어 공원으로 되돌리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인데 현재 거주하는 사람들이 이주할 때까지 시간과 절차가 많이 소요되는 물리적인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결국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것. 앞으로도 중대형 거점공원은 잡히는 데로 열심히 만들어야 하겠지만, 공원소외지역 해소라는 요구가 터져 나온 시점에서는 또 이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뚝심있는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은 또한 공원이라는 기존의 틀을 깰 수밖에 없을 것이며, 정공법 뿐 아니라 변칙적인 방법도 마다할 수 없다. 인공지반 위나 도로는 기본이고, 남의 땅(공개공지)이나 교량도 작지만 긴요한 동네공원이 될 수 있다는 공격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며, 결국 ‘현장에서’와 ‘주민들과’라는 두 가지 명제를 함께 이고 지고 끌고 가는 형국이 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 조경계도 돋보이는 큰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자그마한 동네공원을 위해 오랜 기간 주민들과 막걸리잔도 기울이며 교류할 수 있는 조경가를 준비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심각한 불황도 기실 큰 것 한 방 위주로만 커왔던 저질 체력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은 아닌가.

각설하고, 누구나 걸어서 10분 거리에 공원이 있다면 이 심각한 경쟁사회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작은 바람일 뿐이다. 우리는 공원소외지역을 소외시켜 사람이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만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모두 함께 서 있는 것이며, 이를 위해 힘껏 힘을 모을 때다.


최광빈 서울시 푸른도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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