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가 시작되면서 법은 생겨났다. 그것은 사안마다 바라보는 시각이 틀리고 힘이 있는 자와 약한 자의 논리가 다른 것을 사회 통념상 객관적인 잣대를 만들어 공평무사한 사회를 운영하기 위함이다.

근래에 조경분야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대외 환경 때문에 생존을 해야하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법’이라는 생뚱맞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경기본법’이 발의된 상황에서 생겨난 ‘도시숲법’의 발의예정안이 그렇고 ‘건축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된 것이 또 그렇다.

그중에 건축기본법 개정안 제안이유를 살펴보면 ‘최근 건축 및 건축관련분야에서는 IT·BT·유비쿼터스 등 신산업과 기술개발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고, 이들 산업간 융합과 창조적 결합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반면, 건축의 일부분인 환경·경관·조경·토목·전기·기계·소방·정보통신·건축설비 등 건축관련분야는 개별적으로 독립된 법령을 추진하고 있음’ 이라고 명시하고 ‘건축분야’를 ‘건축 및 건축관련분야’로 바꾸려 하고 ‘건축관련분야를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구성하는 도시계획·환경·경관·조경을 비롯해 토목·전기·기계·소방·정보통신·건축설비 등을 말한다’고 했다. 또한 ‘공간환경이란 건축물이 이루는 공간구조·공공공간 및 경관’에서 ‘공간구조·공공공간 및 경관과 광역의 녹지경관인 자연 및 도시환경을 말한다’로 고치려 하고 있다.

최근 건축계에서 선유도공원과 청계천, 광화문광장을 건축의 범주에 넣고서 마치 세상의 모든 디자인이 건축인 것으로 평가를 하고, 정부마저도 ‘공공건축상’이란 이름으로 각종 테마공원과 인공습지 자연생태공원을 건축의 범위에 한꺼번에 넣어서 시상을 하려는 괴상한 해석을 하고 있다.

세상은 한 분야의 1등을 모든 분야의 1등이라고 여겨주지 않는다. 각 분야마다 개성이 있고 특성이 있어서 그것이 모여서 하나의 완성된 결합체를 만드는데 그 개성이 융합이라는 명분으로 묻혀버리는 것이 좋을까?

근래 공익광고에서 ‘한 분야의 1등만을 따지면 1등은 하나이지만 각 분야마다 1등은 많다’고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공부를 잘해서 판검사, 의사가 되는 수도 있지만 예체능을 잘해서 성공하고 기능을 잘 쌓아서 유명해지는 경우가 그렇다고 본다.

그런데 건축기본법 일부개정안은 공부를 잘하고 힘있는 1등만이 기억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이 SNS를 통해서 ‘건축기본법 제정의 벤치마킹 중 네덜란드의 국가건축가 제도는 국가건축가 1인, 국가조경가 1인, 국가교통전문가 1인 등 3인으로 통합운영는 것’을 예로 들던데 어떻게 대한민국이 인구, 면적, 환경, 문화가 다른 네덜란드와 같을 수가 있는지 의문이 된다. 관련 분야를 건축의 일부분이라고 하면서 융합의 이름으로 개성과 특성이 제압되는 법으로 개정이 되면 ‘악법도 법이다’ 하면서 독배를 마시고 죽은 소크라테스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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