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호(한경대 조경학과 4학년)
개강을 하고 새 학기에 대한 기대감이 다 가시기 전에 벌써 가을이 와 버렸다. 기분 전환 겸 내 속도 가을빛으로 물들여 줄 만한 것이 필요했다. 신문을 읽으면서 관심이 가는 기사를 스크랩 하고 있던 차에 뚜벅이 프로젝트라는 것이 보이게 되었고 ‘소쇄원’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바로 신청을 했다. 이 전부터 남도 여행을 해보고 싶었지만, 원거리이고 매주 과제를 안고 있는 나로서는 주말을 전부 할애할 수밖에 없어 쉽게 가지 못했기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흥분되는 마음을 안고 출발.

4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담양의 느낌은 편안하면서도 고요함이랄까? 우리는 허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독수정을 시작으로 담양의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 까지 담양 곳곳을 훑어보았다. 각 장소의 장소성과 매력을 느꼈지만 인상적이었던 곳은 역시나 ‘소쇄원’이었다.

시원스런 대나무 숲길을 지나 보여지는 소쇄원은 소박해 보일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가 소쇄원의 경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주변의 자연과 어우러져있었다. 백색의 바위와 녹색의 수림, 흑색의 건물이 알맞은 비율로 그려져 있었고, 작은 다람쥐가 이 곳의 주인인 양 행세하며 우리를 맴 돌았다. 해설을 해 주던 해설자의 말처럼 비가 온 후에 왔었더라면 깊은 물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좀 남는다. 아마 다음에 또 오라는 양산보의 메시지인 듯하다.

명옥헌에서는 배롱나무와 거울 같은 연지가 감성을 사로잡았다. 깨끗이 반사되던 연못은 주변 풍치를 조용히 담아내고 있었다. 명옥헌으로 가는 구부러진 흙길 위에는 배롱나무 꽃들이 못내 아쉬운 듯 마지막 힘을 다해 붉게 물들어 주어 멋진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여행의 마무리는 지방음식인 죽순 요리로 만찬을 나누며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하루 만에 이 곳 저 곳을 바쁘게 돌아다녔지만 도시를 떠나 어쿠스틱 음악이 어울리는 그 곳은 내게 여유를 느끼게 해 주었고 걸으면서 보이는 경관들은 조경이든 아니든 셔터를 누르게 만들었다.

이 여행의 장점은 섞인다는 것. 남녀노소 불문하고 ‘조경’이라는 울타리로 우리가 모여들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의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에서의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인 듯싶다. 앞으로의 여행지와 그곳에서 일어날 일들이 나를 설레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함께 추억을 만들어준 식구들과, 구수한 사투리와 말솜씨로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었던 해설자에게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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