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경기농업기술원이 개최한 도시농업 사전학술대회에서 캐나다 리어슨 대학의 조 나스리 박사가 ‘도시농업을 통한 인프라 구축’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펼치고 있다.

 


세계 도시농업은 어떤 형태로 진행되고 있을까?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보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도시농업 형태는 또 무엇일까?

지난 26일,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를 맞아 독일, 캐나다, 일본, 한국 등 세계의 도시농업전문가들이 모여 세계의 도시농업에 대한 학문 교류의 장이 펼쳐졌다.

특히, 이날 기조강연을 맡은 독일 훔볼트대학 버나드 가이어 박사

 

▲ 독일 훔볼트대학의 버나드 가이어 박사

는 1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시민농원,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의 현황과 경제적, 생태적, 사회적 가치에 대해 설명해, 이제 초기단계에 와 있는 우리나라 도시농업에 많은 점을 시사했다.

흔히 ‘클라인가르텐’으로 알려진 독일의 시민농원(allotment garden)은 개인들이 원예 혹은 레크레이션 목적으로 비전문적 생산을 하도록 허락된 400m² 미만의 별장형 농원을 말한다. 1864년 라이프치히에 조성된 아이들을 위한 실습농장이 시초가 된 클라인가르텐은 이후 빠른 속도로 전파돼 현재 베를린 시에만 7만개, 독일 내에 8천2백만개가 조성돼있다.

복잡한 도심의 먼지, 소음 등을 흡수해 ‘공해필터, 도시의 허파’라고 불리는 클라인가르텐은 그 경제적 가치도 막대하다.

가이어 박사에 의하면 “공공녹지 관리라는 측면에서 베를린 내 위치한 7만개의 클라인가르텐에서 경작자들이 수행하는 서비스의 경제적 가치는 4천2백만유로(한화 약665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또 식량생산이라는 측면에서도 “클라인가르텐 평균면적이 300m²이고 최소 3분의 1 이상을 원예목적으로 활용해야한다는 규정을 고려해봤을 때, 한 개의 클라인가르텐 당 총 165kg의 야채와 과일을 수확”할 수 있으며 이는 “1kg당 1유로라는 매우 낮은 금액으로 추정해보아도 165유로의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이를 베를린 총생산량으로 추산해볼 경우, 한 도시에서만 1155만유로(한화 약182억원)의 가치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클라인가르텐의 사회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경작활동 중 자연스레 몸을 움직이게 되면서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일이나 대도시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감소돼, 별도의 비용 없이도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가이어 박사는 또 생태적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클라인가르텐은 도시 곳곳에 위치해 도시의 녹색화와 혼잡 완화에 기여하며, 고층빌딩이 밀집한 곳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공공녹지를 보충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류나 곤충들에게 연못이나 습지, 건조한 지역 등 다양한 서식지를 제공”해 도시의 종다양성 측면에서도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접근성이 뛰어난 독일 도심 곳곳에 '독일의 허파'라 일컬어지는 클라인가르텐이 자리잡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클라인가르텐이 ▲아이들을 위한 배움과 참여 ▲사회문화통합 ▲다른 시민농원을 위한 바람직한 모델 제시 ▲원예치료 ▲자연 학습 통로 등의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클라인가르텐이 독일인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듯이 한국인들도 도시농업을 통해 삶의 여유와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도시농업규모의 확대와 그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또 다른 기조강연자인 캐나다 리어슨 대학의 조 나스리 박사는 “현재 도시농업에 대해 ‘규모가 작고 식량생산에 대한 기여도가 미비하다’는 일반적 비판이 있지만 이는 지역간의 품질비교가 어렵고 계량화가 어려운 도시농업의 특징에 기인한 잘못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사결과 도시로 정의된 지역에서의 총 농업가치가 몇 년 전 33%에서 현재 40%로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미국 인구센서스의 조사자료를 예로 들면서, 도시농업이 비판론자들이 얘기하는 그런 미미한 수준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도시농업의 잠재력이 다 발휘된 것은 아니며, 여전히 도시농업의 확장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얘기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캐나다가 벤쿠버 올림픽 당시 2010개의 도시 농지 확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이나 런던의 2012개 식량 재배공간 확보 프로젝트처럼, 규모를 키우기보다 소규모 프로젝트의 개수를 늘리는 방법이 적합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도시농업의 장애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재배공간에 접근하기 위한 인프라 ▲자원과 서비스, 물질적 인프라 ▲Food-chain 인프라 ▲지식 인프라 ▲거버넌스, 조직과 재정 지원 인프라 등 5가지 구조적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밖에도 기조강연 후 이어진 3개의 세션에서 ▲일본 도시지역의 유기농업활동을 위한 공생시스템과 잠재력(일본 사이타마대학교 야스코 타카토리) ▲도시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서울시민의 가치평가(한국농촌경제연구원 허주녕) ▲다문화 그룹을 위한 원예치료 프로그램(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형득) ▲도시농부 활동의 세분화 및 특성분석(국립농업과학원 황정임) ▲도시지역 Teikei 농장의 역할:일본 가나가와현 아이하라 농장사례(일본 미야기대학교 요코 타니쿠치) ▲환경사회학 관점에서 본 지역사회 지원농업(일본 토호쿠대학교 메구미 나카가와) ▲일본 긴자꿀벌 프로젝트:꿀벌에게서 배운다(일본 동경 도시농업 NPO 카즈오 타카야스) ▲러시아 다차문화로 살펴본 새로운 방법의 도시농업(경기도농업기술원 서명원) ▲한국의 주말농장을 홍보하는 방법(남양주시청 윤정모) ▲한국 부산시 커뮤니티 가든의 실험모델 개발 연구(동아대학교 김승환)등 총 10편의 논문발표과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한편, 임정대 경기도 농업기술원 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옥상텃밭, 학교텃밭, 베란다 텃밭 도시농부학교 등 도시 농업의 파생영역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며 “세계 각국에서 도시농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론과 실제를 접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인 오늘을 도시농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탐색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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