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찾아왔다는 불청객, 7·8월 연이은 한강 범람으로 이촌·양화·잠실 등 2차 생태공원화사업을 비롯해 한강 주변 호안공사지 등이 잠기거나 휩쓸려 시공현장에서 속병을 앓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수해지에 또다시 폭우가 쏟아져 범람한 물이 10일 동안 잠기자 퇴적물이 1m까지 높이까지 쌓이는 구간도 발생했다. 

일선 현장 감리는 “정말 예상할 수 없는 수위의 범람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공사지 전체가 잠겼을 정도로 8월의 빗줄기는 심각했다”면서 “감리 입장에서도 안타까움이 많다. 열심히 시공한 것이 7월 홍수로 인해 피해 보고 다시 8월에 더 큰 범람이 이어져 이만저만 난감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강 수위가 여름 장마철 높아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이번처럼 피해 구간이 넓은 것은 처음이었다는 것. 겨우 준공기간은 맞출 수는 있겠지만 성과물이 설계 원안만큼 만족스럽지 못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이로 인한 피해를 시공사가 그대로 보고 있다는 점도 안타깝다고 언급한다.

재시공에 소요되는 인건비와 자재비용에 대한 피해까지 떠안아야 하는 시공사는 벙어리 냉가슴 속병만 앓고 있는 상황인 것.

조경 피해…눈에 드러난 것이 다가 아니다

홍수로 인한 피해 대책을 총괄하고 있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치수과에서는 “예상 범람 시기에는 공사를 중단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식재시기를 조절해 피해를 대비했어야 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복구를 위한 예산지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사례의 경우 시공사 등과 함께 ‘피해복구를 위한 대책회의’를 재차 열고 그 과정을 통해 발주처에서 이에 대한 일부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주처인 한강사업본부는 생태공원화사업지 현장 중 자연재해였다는 사실이 증명된 건에 대해서는 일부 복구비를 지원했다. 지주목을 세웠는데도 쓰러진 수목이나 퇴적물 등 벌이 차서 하자가 발생한 사례 등이다.

물론 이 또한 만족스러운 지원은 아닐 수밖에 없는 것이 범람으로 인한 모든 피해가 사진 등으로 확인될 수 있는 것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이와 더불어 “수해 직후 피해상황을 보고하는데, 지금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준공 후 하자이행기간까지 피해는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목 하자는 바로 눈에 드러날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 고사하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관리 부분에 더 많은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을 경우 2년 하자보수기간 동안 보수를 책임져야 하는 시공사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장은 복구지만 향후 관리 비용 책정 ‘필수’

한강의 경우 유지관리 비용이 더욱 절실하다는 의견은 1차 사업 때부터 지속적으로 언급됐던 부분이다. 일례로 이촌 구간의 경우, 이달에만도 제초작업을 3차례나 했다. 이 비용은 물론 설계비 어디에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결국 또 시공사가 떠안고 가야 할 비용인 것이다.

“한강은 이용적인 측면이 아니라 하천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해 복원 혹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진구 생태보전시민모임 처장은 공사 이후 관리 비용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강의 특성 상 공원조성 이상의 비용을 관리·운영비용으로 책정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향이 있다. 시민들과 하천생태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관리 비용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범람을 계기로 수해에도 강한 수종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강에서도 특히 조수간만의 차가 큰 지역에서는 습기에 강하고 또 쉽게 쓰러지지 않는 수종을 식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다른 조경설계 전문가는 “범람 피해로 공사기간 상의 문제가 발생하고, 식재는 하자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생태적 방식으로 추진, 포설된 호완지에 벌이 채워져 오히려 좋은 식생 여건이 만들어지는 의외의 상황도 일어났다”는 점도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논리 혹은 민원 한마디 때문에 전체적인 큰 틀까지 바뀌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강과 같이 수리역할적인 부분까지 면밀히 검토되어야 하는 사업이 전체 차원에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나 민원에 따라 틀까지 완전히 바뀌고 일부 보이기 식의 전시사업만을 추진하게 되는 문제점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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