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붐을 타고 먹거리부터 입고 자는 의식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이제 관심의 정도를 넘어서서 생활의 전부가 됐다. 또한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고픈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수많은 정보가 제공이 되고 있다.

그중에 걷기열풍이 몇 년 전부터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을 필두로 전국적으로 붐이 일면서 국민건강의 파수꾼이 됐다. 실제로 의료보험혜택을 몇 개 더해주는 것보다 걷기 편한 공간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의료비용이 절감되는 국민복지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본성과 가까운 걷기가 인기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중앙정부, 광역단체, 기초단체, 준정부기관 등이 앞다투어 걷는 길을 조성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목적이 좋으니 너도나도 하자는 식이다. 게다가 각 단체장들은 공약으로 내걸고 자체 사업성과를 거두고자 하다 보니 부서간 조율과 통합 없는 실적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걷는 길의 이름도 너무 많아서 걷는 이들이 제대로 기억이나 해줄지 의심이 된다. 올레길과 둘레길이 걷는 길의 대명사가 되었으나 바우길, 산소길, 어울길, 바래길, 오솔길, 나들길, 마실길, 모실길, 미래길 등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다.

걷는 길 만들기 사업은 대부분 지자체에 공모사업으로 예산이 집행되는데 각각의 테마에 따라 담당하는 부서가 관련부서와 조율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당초에 마을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조성되었던 걷는 길이 지자체가 관여하면서 중장비를 동원해서 곡선길을 직선길로 윤곽부터 잡고 시작을 하니 단조롭기도 하거니와 원형 훼손에 따른 환경파괴가 발생하는 곳이 추가로 조성되는 지리산 둘레길의 슬픈 현실이다.

용감한 행정이 정비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자연스러운 흙길을 포장을 하고 원래의 소박한 시골 모습이 도심지 동네 골목길처럼 만들어버리는 결과가 된다. 각 지역의 탐방로가 원칙과 철학에 어긋나는 토목공사로 변질된다면 환경재앙으로 돌아올 것은 뻔한 일이다. 그리고 환경과 경관이 좋다고 소문이 나면 둑이 터지듯 밀려오는 걷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밟아대서 환경이 원형대로 보존되기 어려우므로 휴식년제 같은 것을 도입하여 시행을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길을 걷는 사람도 민폐를 끼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낮은 길을 걸으면서도 히말라야 등정 수준의 값비싼 장비와 화려한 복장도 그렇지만 도를 넘는 행태는 삼가야 한다. 농작물에 손을 대고 쓰레기를 남발하고 숲길을 막걸리 파티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애초에 환영하던 농부와 주민들이 위화감을 느끼고 길손들이 지나간 흔적을 뒤치닥꺼리나 한다면 될법한 일인가?

당초의 좋은 의미와 목적을 살리기 위하여는 행정은 원칙과 시스템을 구축하여 테마와 원형이 보존되도록 하여야 하고 길손들은 아니온 듯 다녀가도록 걷기문화를 스스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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