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조경’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다. 처음 조경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대학 입시를 앞둔 시절이었다. 그전까지 꿈은 평범한 선생님이 돼 학생들을 가르치며 안정된 삶을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인생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절, 조경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알게 됐고, 그동안 꿈꿔오던 미래를 180도 바꾸어버릴 만큼 조경은 그 당시 나를 가슴 뛰게 했다.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 아름다운 녹색 경관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만으로 설레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적도 있다. 누군가가 말했던 것 같다. 인생을 살면서 가슴 뛰는 일을 해야 한다고.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처음 알게 된 조경은 나에게 그런 일이었고 그렇기에 난 자신 있게 조경을 선택했다.

그렇게 조경을 사랑하던 나는 이제 대학교 3학년이다. 2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조경을 배우면서 즐거웠다. 그토록 설레게 했던 학문을 좋은 교수님들 밑에서 배울 수 있는 영광을 얻었고, 조경에 대해 갖고 있던 의문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얻는 쾌감도 있었다. 그러나 조경의 현실을 접하게 될수록 안타까운 점들도 더욱 많아졌다.

그 중 한 가지는 조경에 대한 열의를 가진 학생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 학년을 거듭하면서 조경의 현실을 알아갈수록 더욱 그런 학생들이 늘어갔다. 학과 과정에서 정말 열심히 참여하고 배워 좋은 학점을 얻은 학생들은 조경과 관련 없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정작 조경이라는 분야에 열성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점차 줄고 있다. 나 또한 과거 대학교 1, 2학년 때 가지고 있던 조경에 대한 확신이 현실의 벽 앞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경관련 공무원과 공사는 그나마 정말 좋은 환경을 갖춘 조경관련 직업군이다. 소위 말하는 S사나 H사와 같은 대기업 입사만 해도 정말 부러워할만하다. 그러나 당장 설계사무소만 생각해보아도 직원을 위한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미 설계사무소는 박봉에 휴일반납은 기본이라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물론 조경에 대한 열정이 있으니 “그깟 박봉과 휴일날 쉬지 못하는 것이 무슨 대수겠어?”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기준에서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일주일 가까이라도 밤낮없이 집중해본 적이 있을까 묻고 싶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기본적인 휴식과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할 수 없는 일이 돼버린다.

더욱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 사회에서 ‘조경’을 대하는 입장은 어떠한가?

사회는 현재 녹색환경복지를 위해 조경을 원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 이후 ‘녹색성장’이라는 현 정부의 패러다임과 맞물려 조경이라는 분야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과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상상어린이놀이터, 쌈지공원,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일 등 다양한 조경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회가 조경을 그만큼 가치 있는 분야로 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조경기본법’과 관련된 부분만 보아도 그렇다.

현재 그렇게 주목받고 있는 조경 분야에는 기본법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왜 내가 사랑하는 조경이, 건축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조경이, 건축이라는 분야의 마치 하위 분야처럼 분류돼야 하는지 너무나도 안타깝다. 학생으로서 ‘조경기본법’을 지지하는 이유는 단순히 남에게 빼앗겨 있는 밥그릇을 찾아오기 위함은 아니다.

탄소 배출에 대한 기후 변화, 도시의 열섬화 현상, 생물종 다양성 저하, 홍수와 같은 범세계적인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조경의 역할은 끊임없이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 건축기본법, 산림자원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 경관법, 하천법, 자연환경보전법, 문화재보호법, 관광진흥법, 엔지니어링육성법, 청소년 체육시설에 관한 법 등 20여개의 법률로 흩어져 있는 조경에 관련된 법 조항들은 지극히 비효율적인 업무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사회가 더 나은 녹색환경복지를 원한다면, 조경에 대한 관심과 지지, 그리고 ‘조경기본법’ 제정을 위한 노력은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조경의 현실, 그 문제점의 본질을 꿰뚫어보면 조경에 대한 사회의 냉대라고 할 수 있다. 늘어가는 조경에 대한 수요와 관심에 비례해 사회는 조경에게 그리 따뜻하게 대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기에 조경이란 학문에 소질이 있는 젊은 학생들도 현실의 벽 앞에 외면하게 되는 것이고, 실무에서의 환경여건 또한 열악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점이 조경을 배우는 학생의 입장에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조경기본법’에 대한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충분한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이조차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조경이 미래에 더욱 인정받고,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아직 학생인 나는 학교에서 열심히 조경을 배우는 것이고, 현직에 나가 있는 선배님들은 ‘조경기본법’ 제정과 같은 문제에 많은 힘을 쏟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조경’이 아름다운 녹색환경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

장유리(서울시립대 조경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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