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생태주의를 향해 가고 있는 일본 큐슈지역의 조경은 점점 ‘자연’을 닮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따뜻한 인간주의와 나란히 걷는 모습이었다.

옥상녹화 이어 옥상농사 시도

▲ 하카타역 옥상에 조성된 밭(왼쪽)과 논(오른쪽)

지하철역에서 농사를 짓는다?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역 옥상에서는 실제로 이뤄지고 있었다.

큐슈 신칸센 전 구간 개통에 맞춰 공사를 시작했던 하카타역은 올해 3월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했다. 그리고 역 옥상에는 푸른색 물결 가득한 녹지 공간이 만들어졌다.

하카타역 옥상녹화는 일본 종교의 상징인 ‘신사’를 테마로 꾸며졌으며, 실제로 옥상 가장 끝부분에는 철도의 무사고를 기원하는 ‘철도 신사’도 마련돼 있었다.

이제 옥상녹화는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이곳의 옥상녹화는 다른 곳과 다른 모습이었다. 옥상에 논과 밭을 조성한 것이다. 그 논에서는 찹쌀을, 밭에서는 토마토 등 다양한 채소를 키우고 있었다.

논과 밭의 토양은 직접 논·밭에서 가지고 와 조성했으며, 뜨거운 햇빛으로부터 받는 열은 물을 순환시켜 온도를 낮추고 있었다.

하카타역 관계자는 “옥상에서 자란 찹쌀과 채소들은 재배 후 떡으로 만들어 옥상 내 조성된 철도 신사에서 제사를 지내고, 남은 떡들은 방문객과 나눠 먹는다”고 설명했다.

또 역사에 조성된 옥상녹화인 만큼 아이들이 탈 수 있는 기차레일을 설치해 아이들의 놀이공간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애완동물 전용 공원도 조성해 놓는 등 신선한 아이디어로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유니버설디자인 참된 의미 느껴

후쿠오카 아일랜드시티 중앙공원 내 설치된 장애인 전용 화단. 유니버설디자인의 참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시설물이었다.

임해매립지에 조성된 후쿠오카 아일랜드시티 중앙공원에서는 유니버설디자인의 참된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중앙공원 내 조성된 ‘원예복지 정원’ 속에서 만난 ‘장애인 전용 화단’이 바로 그것이다. 휠체어에 앉아서 움직여야 하는 장애인들의 경우 땅에 조성된 화단에 핀 꽃을 직접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에 휠체어 높이에 알맞은 화단을 만들어 장애인들 시선에서 꽃을 보고 향기를 맡으며 만져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많은 지자체에서도 유니버설디자인을 강조하며 모든 사람이 함께 차별없이 누릴 수 있는 디자인 조성에 발 벗고 있다. 휠체어, 유모차도 쉽게 다닐 수 있는 ‘무장애공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 전용 화단’은 등산로 정비사업처럼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리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시설물이었다.

생태계 중심의 식재 우선시 돼
시공자의 편의와 빠른 공정을 중심으로 조경수가 식재되는 우리나라 현실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생태 위주의 식재가 진행되고 있었다.

▲ 오이타스포츠공원에 조성된 숲. 2002년 땅에서 썩는 재질의 포트묘를 식재해 9년의 시간이 지난 흐른 현재의 모습

우선 월드컵 경기가 펼쳐졌던 오이타 스포츠공원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식재공사가 이뤄졌다. 공사를 진행했던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친 식재작업은 도면도 없이 진행됐으며, 다양한 수종을 랜덤으로 심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 썩는 재질로 만들어진 포트를 제거하지 않고 땅에 묻어 자연스럽게 토양에서 분해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또 야요이 시대의 대규모 마을유적이 보존돼 있는 요시노가리역사공원은 식물은 물론 표토, 토양동물, 토양미생물까지 한꺼번에 옮김으로써 생태계 연결고리가 단절되지 않고 복원되는 방법인 ‘에코유니트공법’을 통해 조성됐다.

▲ 요시노가리국영공원. 공원조성을 비롯한 숲복원 사업도 모두 전액 국비로 진행된다.

전액 국비 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영공원인 이곳은 현재도 원생림을 만들기 위해 사가현 숲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이 또한 국비로 진행된다.

이처럼 생태계를 고려해 조성된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를 받고 있는 숲들은 5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현재, 수목의 고사를 찾아볼 수 없는 울창한 숲으로 탈바꿈됐다.

특히 답사과정을 통해 알게 된 일본의 숲 조성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고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숲가꾸기 정책에도 하나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일본 큐슈지역 선진 사례지 답사’는 12일부터 3박 4일간 산·관·학 조경계 종사자 13인과 함께 진행됐다. 주요 답사지로는 ▲아일랜드시티 중앙공원 ▲하카타역의 옥상정원 및 실내조경 ▲오이타 인조잔디운동장 ▲스포츠공원 ▲포트묘목 현장 ▲아베가와 갈대습지 복원지 ▲요시노가리국영공원 ▲큐슈대 신 캠퍼스 이전지 ▲아크로스후쿠오카 ▲모모치해변 등을 답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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