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1월 21일은 우리 경제사에서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날은 7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하여 중동 특수와 함께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던 우리 경제가 큰 암초를 만난 바로 그 날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바닥이 났고, 국가의 신용등급은 급격히 하락되어 국가신인도는 투자부적격으로 떨어지게 되었으며, 국제 금융의 지원을 받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국가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이다. 팽창적인 발전과정에 익숙해 있던 우리에게 듣도 보도 못했던 IMF 구제금융 위기가 갑자기 닥쳐 온 것이었다.

별안간 어려운 시기가 도래하자 공공부분의 감축은 물론 모든 회사들이 경제위기에 살아남기 위해 엄청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때에 우리 주변에는 많은 고급인력, 숙련된 기술 인력이 수없이 직장을 잃었다. 참으로 가슴 아픈 기억이 아닐 수 없다.

요즘 건설 산업이 부진한 시기를 맞고 있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많은 건설 회사들이 어려움을 격고 있다. 더불어 건설회사와 함께 PF사업에 참여해 자금을 제공한 제2금융권이 또 자금의 경색을 격고 있으며, 자금의 압박을 받기 시작한 은행권에서 대출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자 이 금융부담은 건설회사의 경영에 압박을 가하는 큰 짐이 되고 있다.

조경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설계, 시공분야를 막론하고 조경회사들은 모두 일감이 줄어들거나 감소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회사들은 이미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긴축경영에 돌입하고 있다고도 한다.

IMF경제 위기가 왔을 때, 우리 국민들은 위기극복을 위한 대단한 노력을 보여주었다. 금모으기, 아나바다운동, 달러 아껴 쓰기 등 엄청난 전국가적 운동을 전개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장롱 속에 든 금붙이까지 꺼내 들고 국가경제위기의 탈출을 위해 벌린 국민운동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러한 전국가적 노력으로 IMF 경제위기는 아주 빠른 기간 안에 해결되었다. 그렇게 빨리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을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를 바라보는 세계인들은 IMF 경제위기탈출에 쏟은 한국 사람들의 저력에 놀라워했으며, 또한 한국인들조차도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그토록 어려운 일을 해낼 줄 몰랐다고 하며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일부 산업분야에서 볼 때, 작금의 경제상황은 IMF보다도 더 심각하지 않느냐 하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기도 한다. 경제에는 문외한인 사람이 보기에도 근래에 물가가 많이 오르고 소비도 다소 위축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상황이 IMF 경제위기에 처했던 그런 심각한 위기는 아니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요즘 건설 산업의 불황기를 대하면서 우리가 꼭 한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과거 IMF위기를 지나면서 그 당시 우리는 큰 과오를 범한 것이 있다. 그 때 회사를 살리기 위해 기업에서는 많은 인력을 과감히 축소시켰다. 오랜 세월동안 양성해온 고급인력, 특히 단기간에 양성할 수 없는 많은 기술 인력을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떠나보내는 엄청난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그러나 IMF위기는 의외로 빨리 지나갔다. 그리고 갑자기 많은 일들이 기업에 다시 주어지자 인력감축으로 인해 늘어난 일감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되었다. 그렇게 빨리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했더라면 그 때 인력을 대폭 축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많은 기업들은 뒤에 후회하였다고 한다.

건설 산업의 위축과 함께 당분간 조경 산업도 어려운 시기를 맞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는 의외로 빨리 지나갈 수도 있다. 잠시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반드시 좋은 때가 머지않아 다시 올 것이다. 어려운 시기는 노사가 함께 나누고 견디어 나가야 한다. 좋은 때가 와서 사업 물량이 갑자기 많아졌을 때, 인력이 부족하여 호기를 놓지는 상황이 되지 않아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노사 모두가 서로 양보하고 합심하여 IMF 위기를 극복하면서 경험했던 전철을 통해 교훈을 얻는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

김학범(한경대 교수·한국조경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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