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하늘은 가을하늘만큼이나 예쁘다. 생명을 온통 잠 깨우느라 바쁜 봄이 지나서일까, 초여름에 들면 하늘은 잔잔한 기운이 돈다. 땅은 어떤가? 땅도 봄에 새로운 시작을 도모하느라 몸살을 치르고 나서 안정기에 들어서는 계절이다. 바람도 할 일이 많다. 바람이 중매해 줄 식물들도 만만치 않은 탓에 봄바람도 거세고 여름바람도 드세다.우리 인간은 이 사이에서 말이 많다. 봄볕은 왜 이리 따가운가. 바람은 변덕스럽다는 둥 하늘과 땅이 우리를 위해 일하는 양 착각을 한다. 올해는 인간도 분주한 해이다. 4월 한창 봄일 때 대통령을 뽑았고
[Landscape Times] 바람이 세찬 봄날, 나무는 기꺼이 바람을 마중한다. 우수수 부는 바람에 리듬을 맞추어 춤추는 나뭇가지와 잎들은 거짓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진심으로 5월을 즐긴다. 옛 현인들은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는다”고 말하여 눕는 풀은 소인이고 바람은 군자의 덕을 의미한다고 했다. 봄바람에 솨솨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니 문득 그 교훈이 떠오른다.젊은 날에 그 구절을 읽었을 때 ‘소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군자에게 화답할까?’ 궁금했었다. 혹시 지
[Landscape Times] 나무들이 사방으로 폭죽 같은 꽃을 터뜨리는 봄은 개혁의 시간이기도 하다. 화분에 심겨진 나무들은 봄을 찬스로 하여 새로운 기회를 다진다. 땅에서 자라는 나무라면 땅이 절기를 따라 모든 것을 마련해주지만, 화분에서 자라는 나무는 극도로 제한된 환경 속에서 많은 제약을 가지고 산다. 그래서 화분의 나무는 가꾸는 이의 세심한 관심과 돌봄이 요구된다. 규모가 가장 큰 판 바꾸기는 바로 분갈이다.분갈이는 환경과 식물을 모두 손질하는 것이다. 나무를 화분에 심고 2~3년이 지나면 뿌리가 자라나서 화분 안에 뿌리
[Landscape Times] 해리포터 시리즈 속에는 ‘불사조 기사단’ 이야기가 있다. 사춘기를 지나는 해리포터의 성격이 가장 예민하게 묘사되는 부분이며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마법사 기사단의 의로움이 돋보이는 편이다. 서양 전설에는 아라비아 사막에 살고 있다는 피닉스(phoenix), 죽지 않는 새에 관한 이야기가 오랫동안 전해온다. 불사조는 500년을 주기로 자신의 몸을 불태워 죽고는 다시금 그 재 속에서 부활한다.한 번 수명인 500년이 끝나갈 때가 되면 피닉스는 스스로 그것을 알고는 나무 꼭대기로 올
[Landscape Times]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를 관통하는 세렝게티 초원은 태곳적 야생이 남아있는 곳이다.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어울려 살아가는 이곳은 긴장과 전운이 가득하다. 순간의 방심은 생명 의 끝을 부른다. 우리는 초식동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생명유지를 위한 중요한 활동이다. 게다가 그들은 결코 ‘한가롭지’ 못하다. 떼 지은 무리가 식사하는 그 시간을 호시탐탐 노리는 육식동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람의 방향을 감지하면서 냄새를 피우 지 않으려 최대한 몸을
[Landscape Times] 가을만큼 사람을 설레게 하는 계절은 없다. 가을만큼 사람을 풍요롭게 하는 계절은 없다. 가을만큼 사람을 처절하게 하는 계절은 없다. 열매의 풍요와 만남의 풍요, 새로운 세상을 향한 설렘과 이별의 처절함이 공존하는 게 가을이다. 나목(裸木)을 향해 달리는 나무들은 지독하게 아꼈던 존재들을 버리고 그 흔적들을 지운다. 가을은 나의 벗은 몸을 마주하는 때이다. 나무가 나신(裸身)을 즐기듯이 우리도 자신과 마주한다. 아주 조용하게 아주 고독하게 나란 존재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다.가을에 우리는 방안에 머물